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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Mar 30. 2020

모바일 게임 단상


최근에 스마트폰에 게임을 설치해서 플레이해보고 있다. 유투브 광고에 하도 많이 나와서 뇌리에 남고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하게 되었을 쯤 게임 리뷰를 찾아보니 평가가 꽤 괜찮았다. 스마트폰 게임을 제대로 해본 게 기억이 안 날 만큼 오래되어 게임 업계는 얼마나 발전했을지, 사람들은 왜 이 게임을 즐기고 빠지게 되는지, 수익은 어떤 식으로 창출하는지, 현금 결제 유도(유혹)을 어떻게 해내는지 그 메커니즘과 시스템을 살펴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일주일 정도는 게임에 꽤 재미를 붙이게 되었고, 중독된 게 아닐까 경계될 만큼 게임에 몰입, 집착하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 여기서 한 발만 더 나아가서 빠져들면 현금 결제로 곧장 이어지는 것이다. 게임 내에서 생기는 아쉬움을 없애고 인내심을 줄여주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 현금 결제이기 때문에. 하지만 끝없는 난이도의 스테이지를 보고, 채널 내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 사람들의 캐릭터를 봤을 때, 현금 결제도 순간의 쾌락과 위안일 뿐, 새로운 아쉬움과 인내심이 다시 생겨나게끔 만들어져있고 그 끝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수 천만원 이상을 결제하는 유저도 소수지만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번 결제하기 시작하면 돈이 들어간 만큼의 애정과 딱 그만큼의 집착이 덤으로 늘어나니 점점 더 게임을 끊기 어려워질 것이다. 근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게임 내에서의 만족과 쾌감을 자아내는 컨텐츠와 이펙트는 큰 차이없이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직접 큰 금액을 결제한 사람은 다른 차원의 재미를 맛볼지도 모르겠지만, 한 발 떨어져 전체상을 보고 끝을 상상해본 입장에서는 허무함이 먼저 다가온다.


이 게임을 만들었을 팀원의 구성도 생각해본다. 기획자와 디자이너, 스토리 작가, 개발자, 마케터, 서버 운영자, 관리자, 그리고 이들을 이끌고 엮어주고 조화를 일으키는 리더, 전략을 짜고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 등등. 좋게 보면 종합 예술의 결정판 같지만 한 사람이 우연히 광고를 접해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깔아보고 그 게임에 서서히 빠져들게 설계하고, 탈락하는 사람을 다시 붙잡고, 빠져든 사람은 헤어나올 수 없게 더 깊이 끌어당기도록 곳곳에 덫을 파놓는 점에서 비즈니스 전략의 결정판 같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목적(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게임에 빠져들어 중독되고 집착하게 만들어 현금 결제를 되도록 자주 많은 금액으로 하게끔 유도하는 것)으로 뭉쳐 재능과 시간, 돈을 쏟아부었으니 그곳에는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중력이 형성되어있는 것이다.


이 중독성을 만드는 머리는 십성으로 '편인'적 사고방식이 대표될 것이다.  그리고 이 중독성에 걸려들게 하는 것도 치우쳐서 받아들이는, 불신에서 맹신으로 태세 전환하는 '편인'일 것이다.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것은 '편재'적인 전략과 설계가 될 것이고, 현금 결제를 지르게 하는 것은 '겁재'적인 호승심과 소비 심리가 될 것이다. 반대로 '정재'를 가지고 있으면 '고작 이 사이버 세계의 즐거움에 과연 이 정도의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를 꼼꼼하게 계산하고 따져서 냉정하게 결정내릴 것이다.

나는 편인 세력이 강해 게임에 빠져들었지만 정재의 방어라인이 구축되어 있기에 현금 결제까지 과감히 저지르지는 않았다.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이 꽤 들어갔었는데 이제 그만 빠져나와서 조만간 접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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