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코로나가 본격적인 문제로 대두한 2020년 4월부터 집필하기 시작하여 2021년 11월에 초고가 일단락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덕분에 집필에 전념할 수 있는 최상의 여건이 마련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 단절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자 집에 틀어박혀 책만 써도 별로 눈치 보이거나 위축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늘이 당분간 책에만 집중하라고 정당성을 부여해준 듯한 알 수 없는 위안을 받았습니다.
영성 공부를 해나가던 2020년 4월의 어느 날, 집필에 관한 강렬한 영감이 문득 찾아오고는 의지가 생겨버려 뭔가에 홀린 듯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집필에만 몰두하며 지냈습니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역량 부족을 뼈저리게 실감하면서 한계를 겸허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족한 역량과 뚜렷한 한계를 직시하는 만큼 도전 정신과 의욕이 샘솟아 더욱 몰입하며 집념을 불태울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고난이 찾아와준 덕분에 중간중간 성장하고 성숙해가면서 집필의 역량도 발달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이 책을 기어코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로 ‘영감이 왔을 때 빠짐없이 모두 기록해 놓자!’라는 직감이 동반했기 때문입니다. ‘이 영감을 받은 사람은 현재로서는 지구에 나밖에 없을 텐데, 내가 안 하면 누가 하지?’라는 다소 허황된 사명감과 의무감을 진심으로 느끼며 끈질기게 작업했습니다. 둘째로 영성 공부와 명상을 꾸준히 한 덕분인지 필요한 순간마다 적절한 영감이 다시 찾아와줘 의욕이 상실될 틈 없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고백하자면 집필을 시작할 때의 의도와 아이디어는 초고를 마무리할 즈음에는 거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중간중간에 새롭게 얻은 영감도 어떤 건 남아있지만 어느새 사라진 것도 많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두 번 바뀌었고 목차도 여러 차례 바뀌었으며, 결정적인 계기를 맞아 결심이 선 어느 날에는 그동안 써온 3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에서 앞의 100페이지 정도와 뒤의 100페이지 정도를 날려버렸습니다. 가운데 100페이지 정도의 내용에 집중하고 심화해서 세세하게 풀어쓴 결과가 바로 이 책이죠. 분명한 건 결과적으로 이런 시행착오가 헛된 시간 낭비가 아니라 뚜렷한 목적성을 띤, 반드시 겪어야만 했을 필수적인 경로였다는 사실입니다.
퇴고하는 과정은 마치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가 소통하며 협업하는 것을 ‘현재의 나’가 조율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투박한 과거의 직관을 전보다 정교해진 미래의 지혜로 다듬어가는 과정은 흡사 조각이나 원석 세공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때는 그런 뜻으로 쓴 게 아니었는데, 지나고 보니 새롭고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기도 했고, 그때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이치에 어긋나고 쓸모없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집필 기간이 길어지니 그동안 알게 모르게 역량이 발달해감에 따라 오랫동안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수정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내용을 신나게 고쳐준 경우도 많습니다. 뒷부분을 쓰다가 앞부분이 고쳐지고, 앞부분을 쓰다가 뒷부분이 더해지는 시공을 초월해 작업하는 재미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매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역량 안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를, 역량 자체도 발전하기를 바라며 집필해나갔습니다. 감히 말하건대 감사하게도 하늘이 저를 도와주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만약 개인적인 욕심에 치우쳐서 집필했다면 이 책은 결코 완성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책은 본질적으로 과거의 미숙했던 저에게 던지는 비판이자 현시점에서의 반성, 앞으로의 다짐을 반영하는 나 자신과의 대화에 가깝습니다. 유가의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는 말처럼 나를 부단히 단련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유익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