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3.고조선 철학의 복원과 접목

천부인, 원방각 삼재 사상

by 은한

『삼국유사』에서 환웅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할 만하다(홍익인간弘益人間)”라는 뜻을 품고 지상으로 내려와 ‘세상으로 나아가 도리로 교화(재세이화在世理化)’했다고 전해집니다. 환웅에 이어 그 뜻을 이어받은 단군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을 기본 정신으로 삼아 고조선을 평화롭게 다스렸다고 전해오죠. 하늘을 공경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라는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정신없이는 애인의 극치인 ‘홍익인간’을 하자는 본의를 실현할 수도, 진정성 있는 주장도 할 수 없습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뜻이 사라지거나 훼손되지 않고 전해져 내려오는 걸 보면 우리 민족에게 있어 ‘홍익인간’이라는 국시(國是)가 가지는 무게감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환웅과 단군 모두 하늘(양심)과 깊이 소통하는 도덕 군주였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간지 체계도 분명 동방 고대문화의 정수를 전수받은 황제라는 위대한 성인이 인류 문화에 이로움을 주기 위해 발견·발명했을 것이고 실제로 커다란 혜택을 안겨줬을 것입니다. 간지가 단지 날짜를 기록하는 역법의 부호를 넘어 개인의 운명을 설명해주는 체계로 활용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죠. 하지만 그 안에 상고시대의 근본 철학 즉, 하늘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이해와 체험이 부재하는 것은 간지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황제로부터 시작된 간지의 태동과 왕충으로부터 시작된 명리학의 잉태 사이의 긴 공백기에 원작자의 의도가 크게 왜곡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천신에 제사를 지내서 간지를 받은 황제가 용납하지 못할 본질적인 결핍이 발생한 것입니다.


하늘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채 철저히 세속적인 욕심을 기준으로 길흉에 치우치게 된 명리학은 중심을 놓치고 음양에 얽매입니다. 요임금과 순임금께서 심법으로 전수한 ‘진실로 그 중심을 잡으라!’(允執厥中)는 가르침이 명리학에 와서는 자취를 감춘 것이죠. 『중용』에서 말하는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의 감정이 나타나기 이전의 천하의 큰 뿌리가 되는 중심’1)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공자孔子께서는 “단 하루만이라도 극기복례克己復禮를 한다면 천하가 모두 사랑(仁)으로 돌아올 것이다”2)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극기복례克己復禮’란 다름 아닌 에고(命)를 제압하고 하늘(天命)과의 연결고리를 회복하여 마음의 중심을 되찾는 일입니다.


명리학이 중국적으로 지나치게 세속화되기 이전의, 간지가 처음 태동하던 당시의 순수한 지혜를 복원해서 다시 명리학에 접목되기를 바라며 책을 써나갔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늘과 닿아있는 선천적인 본성, 성리(性理)의 내용이 후천적인 개성을 다루는 명리학에 앞서 강조되고 전제되어야 합니다. 성리학이 명리학의 철학적 기반이 돼줘야죠. 여기서 말하는 성리학은 유교 사상은 물론 마음의 중심을 강조하는 고등 종교철학을 포괄합니다. 따라서 본서에서는 명리학 고서를 참고 자료로 직접 활용하지 않고, 동서양의 성인과 현인께서 남긴 경전을 참고 자료로 직접 활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동서양의 종교철학을 일이관지(一以貫之)로 회통하신 윤홍식 대표님의 저서와 유튜브 강의 덕분에 고전 자료의 핵심을 편하고 빠르게 추려낼 수 있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선천·절대계(성리학)와 후천·현상계(명리학)를 명확하게 구분 지어 음양오행의 원리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현상계의 음양陰陽과 절대계의 중中을 구분하여 어떻게 확장·응용되는지 면밀하게 살펴볼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 명리학의 관점에서는 파격적이라 볼 수 있는 틀에 벗어난 새로운 체계와 개념, 용어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기존 명리학의 이분법적 관점으로 형성된 체계와 개념으로는 『메타명리학』에 새로 도입할 삼재 위주의 중심 사상을 설명하기에 한계가 명백해서 부득이 취한 조치입니다. ‘새 술’을 담기 위해서는 ‘새 부대’가 필요했습니다. 되도록 기존 명리학의 결에서 너무 벗어나 지나치게 생경하지 않고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부족한 역량이나마 명리학이 하늘과의 연결고리를 회복하여 친밀감을 높이고, 나아가 아버지 하늘의 의중을 꿰뚫는 효자 학문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참고자료>

1)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天下之大本 (『중용』)

2)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논어』 「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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