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사주팔자 형성 원리와 운명(運命)
한 사람의 사주는 태어나는 순간의 연·월·일·시 시간에 따라 결정됩니다. 명리학에서 활용하는 만세력(萬歲曆)은 연월일시의 네 시간 단위를 각각 60간지의 순환으로 규정하여 시간을 책정합니다. 그에 따라 ‘출생 시간’이라는 특정 시간에 형성되는 사주팔자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죠. 사주四柱는 ‘네 기둥’이라는 의미이고, 각 기둥에 천간·지지가 합쳐진 하나의 간지干支가 존재합니다. 사주에 있는 천간·지지를 각각 한 글자로 치면 팔자八字가 되는 것입니다.
출생 직후에 들이마시는 첫 숨에 담긴 음양오행의 원리를 통해 이번 생 운명의 형식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첫 숨을 들이마실 당시의 우주적 이치가 한 개체 삶의 기본값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주 만유의 모든 기운(氣)이 원리(理)에 따라 작용한다는 이해 없이는 사주팔자라는 운명의 성립과 작동에 대해 동의할 수 없죠. 한말의 뛰어난 성리학자이신 면우俛宇 곽종석(1846~1919) 선생님의 저서 『이결理訣』1)에서 원리와 기운에 대한 탁월한 견해를 들어보겠습니다.
‘원리’(理)가 신묘하고 헤아릴 수 없는 이유는 그것에 움직임과 고요함이 있기 때문이다. ‘양陽’이 능히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그것에 움직일 수 있는 ‘원리’가 있기 때문이며, ‘음陰’이 능히 고요할 수 있는 것은 그것에 고요할 수 있는 ‘원리’가 있기 때문이다. ‘원리’는 움직임과 고요함의 주재자다. ‘기운’(氣)은 움직임과 고요함의 보조자다. ‘원리’는 텅 비어서 움직임과 고요함 사이의 틈이 없으나, ‘기운’은 구부려지고 펴짐이 그 형체와 자취에서 쉽게 드러난다. [上-6. 원리에는 움직임과 고요함이 있다(理有動靜)]
‘원리’(理)와 ‘기운’(氣)이 서로 합하여 존재함은 마치 부부가 서로 짝이 됨과 같다. 고요할 때는 원리가 기운 위에 서 있으면서 서로를 따라서 본체가 되며, 움직일 때는 원리가 기운을 타고 서로를 도와 작용이 된다.
주재하는 이는 ‘원리’요, 돕는 이는 ‘기운’이다. 사물의 본체가 되는 것은 ‘원리’요, 운용되는 것은 ‘기운’이다. 발동하게 하는 것은 ‘원리’요, 발동되는 것은 ‘기운’이다.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은 ‘원리’요, 이루어지는 것은 ‘기운’이다.
‘기운’은 ‘원리’가 없으면 만물에 묘하게 작용하여 변화시킬 수 없으며, ‘원리’는 ‘기운’이 없으면 또한 만물을 만들어내어 공을 이룰 수 없다. 참으로 서로 섞이지 않으나 서로 떠날 수도 없는 것이 이러하다. [續上-2. 원리는 기운을 밑천으로 한다(理資氣)]
면우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원리’는 절대계의 근본원리와 그것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현상계의 보편법칙을 이야기하며, ‘기운’은 현상계에서 그 원리를 작동시키고 실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주(현상계)의 위대한 꼭지점’을 뜻하는 절대계의 ‘태극(太極)’은 현상계가 기운을 통해 펼쳐지고 운동할 수 있게 만드는 근본원리를 통합해서 총체적으로 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태극에 갖춰진 음양오행의 근본원리를 통해 기운이 작용하여 현상계가 창조되고 운동하기에 세계가 일정한 질서로 운영되는 것입니다. 태극의 근본원리를 담고 있는 기운은 온 우주의 공간과 만물에 내재하고, 따라서 태극은 온 우주를 초월하면서 동시에 포함합니다. 남송 유학자 주희(朱熹,1130~1200)는 태극이 만물의 공통된 뿌리임을 나타낼 때는 ‘통체일태극(統體一太極)’, 개별사물에 내재할 때는 ‘각구일태극(各具一太極)’이라고 구별했습니다. 송대 유학자 소강절(邵康節,1011~1077)은 태극이 우주 원리이자 인간 마음의 근원이라고 말합니다(心爲太極 道爲太極). 태어날 때 마시는 ‘숨’(출생 시공간의 공기)에도 예외 없이 태극의 음양오행 원리가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개체의 운명을 추론하는 근거가 형성되는 것이죠.
명리학에 입문하면 보통 음양이 과하거나 부족하여 치우치기 쉬운 현상계의 사주팔자 자체가 그 사람을 규정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존재론적인 근원을 끝까지 소급해 들어가 보면 절대계의 초월적인 태극을 만나게 됩니다. 태극은 현상계를 창조하고 온 우주에 편재하여 쉼 없이 음양 운동을 거듭 진행합니다. 출생이라는 특정 시공간을 음양오행의 원리로 포착해낸 게 현상계의 사주팔자라고 본다면, 태극은 모든 시공을 초월하여 관통하고 있기에 누군가의 사주팔자가 될 특정 시공간에도 빈틈없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특정인의 사주팔자’(에고)라는 존재의 본질에는 음양오행의 원리를 온전하게 총체적으로 품고 있는 ‘태극’(참나)이 현상계를 창조하고, 자기 자신의 무한한 생명을 직접 분산하여 자신이 창조한 현상계의 구성원으로 참여하여 살아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주 한 사주가 사실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절대계의 태극에 분리할 수 없는 뿌리를 두고 형성되었다는 것이죠.
유한하고 결핍이 많고 불완전한 것처럼 보이는 모든 사람(사주)이 사실 영원하고 그 자체로 완전한 태극을 존재의 기반으로 삼고 살아갑니다. 심지어 만물이 하나의 태극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본질적인 차원에서는 나와 남, 나와 세계를 구분할 수도 없습니다.
<참고자료>
1)면우 곽종석 저 윤홍식 역 『이결』(원리에 대한 요결), 네이버 카페 <홍익학당>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