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사주팔자 형성 원리와 운명(運命)
태어난 순간의 숨으로 형성된 ‘음양오행의 원리(사주팔자)’는 운명의 형식을 압축적으로 알려줄 뿐이고, ‘전생의 업보(카르마)’가 실질적인 운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펼쳐냅니다. 영원한 현존으로 신성이 작용하는 ‘자유의지’는 눈 앞에 펼쳐지는 운명의 내용에 그때그때 반응하고 선택하도록 하면서 운명의 변수로 작용합니다.
운명의 형식을 결정하는 사주팔자가 같더라도 운명의 내용을 결정하는 카르마와 운명의 변수로 작용하는 자유의지의 발현은 같을 수 없습니다. 한날한시에 태어나도 누구는 왕이 되고 누구는 양봉업자가 되며 일란성 쌍둥이도 대부분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사주가 같으면 삶의 대체적인 양상, 결은 비슷할 수 있어도 구체적인 내용과 규모, 수준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죠. 사주로 운명의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카르마가 운명이라는 작품을 구성하는 재료라면, 사주팔자는 운명이라는 작품의 설계도이고, 자유의지는 운명이라는 작품을 만들어가는 태도와 실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설계도가 같아도 재료의 양질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스케일이 달라지고, 태도와 실력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퀄리티가 달라집니다. ‘솜씨 좋은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듯 자유의지의 발현 정도에 따라 재료와 설계도를 최선으로 활용하는 드라마틱한 운명의 연금술사도 가능하겠죠.
카르마, 사주팔자, 자유의지를 운명의 3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사주팔자는 음양오행 원리로 살펴보는 정보(理·유한하게 정해진 보편법칙) 차원입니다. 카르마는 삶에 직접 반영되면서 체험하고 받아들이는 기운(氣·무한하게 누적된 개별사물) 차원입니다. 자유의지는 삶에 반영된 카르마에 그때그때 반응하고 선택하거나 주어진 카르마의 환경 안에서 새로운 업을 지어내기도 하는 마음(心·절대계의 참나가 현상계의 에고로 드러나는 방식) 차원입니다.
사주팔자는 현생의 태어난 순간의 숨으로 결정되며, 카르마는 전생에 쌓아온 생각·감정·오감의 총체로 볼 수 있습니다. 사주팔자와 전생의 카르마는 운명의 불변하는 고정값이지만, 영원한 현존으로 그때그때 현재 진행형으로 작용하는 자유의지와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현생의 카르마는 운명의 미지수이자 변수입니다.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지금 이 순간 깨어서 상황을 관조하는 능력을 의식적으로든 잠재적으로든 지닙니다. 따라서 언제든지 마음이 원하는 선택을 하는 자유의지가 가능한 것이죠.
결국 변수로 작용하는 자유의지가 운명을 개선하고 운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열쇠입니다. 전생 카르마가 반영되는 현생을 살아가면서 다시 새로운 현생 카르마를 짓고 저장하게 됩니다. 현생 카르마에는 전생 카르마에 현존하는 자유의지가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고 선택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담길 것입니다. 이 새로운 카르마가 바로 운명에 변수로 작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