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의 올바른 활용

1장. 사주팔자 형성 원리와 운명(運命)

by 은한

사주팔자 상담자와 학습자는 사주팔자의 정보가 지닌 한계와 가능성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분별하여 운명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사주팔자 정보는 운명의 3요소 중에 하나로 분명 중요한 정보이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운명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교만을 내려놓아야겠죠. 인생의 큰 틀, 대략적인 경향성을 알려주는 사주팔자와 실제로 그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경험과 상황, 즉 카르마와 자유의지의 발현 수준을 충돌시켜서 형식과 내용, 그리고 변수의 싱크로율을 최대한 맞춰가야 합니다.


나아가 사주와 카르마의 정보를 조합하여 자유의지를 어떻게 발현하면 카르마를 최선의 방향으로 경영할 수 있는지 궁리하는 게 사주팔자 정보를 활용하는 최상의 방법일 것입니다. 사주팔자는 카르마의 맥락을 짚어 보게 하면서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고급 정보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정해져 있는 길흉을 넘겨짚는 차원을 넘어서요. 사주만으로 길흉이 정해져 있다는 숙명론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명리학 고서에는 사주팔자의 다양한 사례를 들어 길흉을 논합니다. 하지만 이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 적용하면 안 되겠죠. 왜냐하면 ①시대적 배경에 따라 사주팔자의 길흉이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뿐만이 아니라 ②집안 환경, ③전생 카르마, ④자유의지(영성 지능)에 따라서도 길흉이 모두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사실 사주팔자 개별 사례 몇 가지를 들어 명리 이론의 보편법칙으로 일반화하는 건 굉장히 무모한 일이고 신중하게 다뤄야 할 문제입니다.


‘사주팔자를 통해 집안 환경과 전생 카르마도 볼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영(靈)·혼(魂)·백(魄)의 위계를 따져보면 숨이라는 기운으로 결정되는 백 차원의 사주팔자는 혼 차원의 카르마보다 위계가 낮습니다. 카르마의 작용으로 특정 사주팔자를 갖고 태어난 것으로, 카르마가 원인이고 사주팔자는 결과이죠. 물론 결과를 통해 원인을 유추해보고 어느 정도 힌트는 얻을 수 있겠지만 그것도 형식적인 차원일 뿐입니다. 직접적인 내용은 카르마의 작용을 반영해야 논할 수 있으며 사주팔자 정보를 독립적으로 카르마를 읽어내는 건 허공에 수놓아진 우주의 시간으로 꽃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이상한 일입니다. 현실적인 정보 없이 사주만으로 함부로 구체적인 사안을 판단 내릴 수 없습니다. 어떤 사안의 결(형식)을 읽는 것과 그림(내용)을 그리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죠.


간혹 촉이 좋은 역술인의 경우 상대방의 오감 정보(관상, 표정, 목소리, 눈빛, 패션 등 외관)와 거기서 느껴지는 어떤 기운을 읽고는 사주팔자에 대입하여 별다른 대화 없이 과거·현재를 맞추고 미래를 예언하는 ‘도사·점쟁이’ 노릇을 하기도 합니다. 그것도 그 사람의 특수한 능력으로 인정할 부분은 있겠지만, 문제는 ①명리학의 보편타당한 이론과는 거리가 멀기에 함부로 따라 하거나 배울 수 없습니다. 소수의 특수한 능력으로 명리학 전체가 과장·허위 광고로 부풀려진 감이 없지 않습니다. 사주팔자는 음양오행의 원리로 운명의 형식을 읽어내는 도구이지 정해져 있는 길흉을 맞추는 도구가 아닙니다.


②오감 정보로 읽어내는 기운의 특성상 그 사람이 읽어내는 건 낮은 차원의 카르마에 국한됩니다. 따라서 맞추고 예언할 수 있는 영역도 동물 세계에서 벌어지는 자연의 질서로 크게 의미 없는 낮은 차원에 한정되죠. 맞춰서 놀랍기는 한데 그걸 맞췄다고 해서 딱히 달라질 건 없고 붕 뜨거나 기분만 나빠질 수 있는. 올바른 사주 상담은 적어도 사주팔자의 특징을 길흉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풀어내는 것에서 시작되며, 나아가 내담자가 속내를 정직하게 터놓고 상담자가 신중하게 경청하는 의사소통을 통해 더 깊은 상담이 이뤄질 것입니다. 생각 정보로 이루어진 높은 차원의 카르마와 자유의지를 알아야 사주팔자를 풀어나갈 때 인생의 본질적인 부분에 가닿아 뜻깊은 상담이 이뤄질 수 있겠죠.


내 인생과 내 마음은 내가 제일 면밀하게 잘 알 듯, 사실 자기 사주는 결국 자기가 직접 해석할 줄 알아야 인생의 가장 깊고 오묘한 부분까지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전문적인 평론가가 감상하면 창작자도 의도하지 않았던 의외의 의미를 발견하면서 작품의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기도 하듯, 같은 사주라도 누가 해석하냐에 따라 그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역학을 탐구해 자기 사주팔자를 평생의 화두로 품고 살아가는 것은 흥미롭고 뜻깊은 일이 될 것입니다. 음양오행의 원리에 자연과 마음, 영혼의 결을 읽어내는 힌트가 무궁무진하게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사주팔자는 운명의 정답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명리학은 음양오행의 원리로 인생과 영혼, 우주에 대한 이해를 돕고 지혜를 전해주는 학문이죠. 명리학·사주팔자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역술시장의 용도도 진정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혁신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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