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사주팔자 형성 원리와 운명(運命)
우주 만유의 모든 존재는 절대계에 뿌리내려 나와 남을 나누지 않는 하나의 영을 공유합니다. 현상계를 구성하는 생각·감정·오감을 모두 잊고 존재 자체에 집중하면 시공과 주객을 초월한 절대계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내면의 중심은 고요하고 또랑또랑하게 알아차리는 순수한 존재 그 자체입니다. 여기서는 아무런 욕망 없이 존재 자체로 만족할 수 있습니다. 시시각각 운명의 길흉에 얽매여있는 현상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 영원한 평화가 옵니다.
은은한 희열이 일어나고 사랑이 샘솟으면서 지쳐있던 몸과 마음이 자연히 회복됩니다. 나아가 내가 처한 상황을 지혜롭게 경영해갈 수 있는 양심의 기준이 선명해집니다. 우주 만유의 섭리(근본원리)를 온전히 갖춘 태극은 전지전능하기에 음양의 제약이 걸린 운명을 높은 차원에서 통찰하고 직관하게 해줍니다. 로마 최후의 철학자 보에티우스(480?~524)는 섭리와 운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시간에 따른 질서의 전개가 신의 정신의 예지 속에서 하나로 통일되어있는 것이 섭리이고, 그렇게 통일되어있는 것이 시간에 따라 안배되고 전개되는 것이 운명이다.
만물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모든 방식을 포괄하는 불변의 단일한 형태가 섭리이고, 신의 단일한 정신이 작정한 것이 시간 속에서 안배된 만물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 질서가 운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1)
일이 없을 때 깊이 명상하여 절대계의 체험을 늘려간다면, 일이 생길 때도 존재의 중심을 직시하는 힘이 커집니다. 그러면 절대계에 뿌리내린 채 현상계를 살아가니 어떤 상황에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고 운명을 여유롭게 경영해나갈 수 있게 됩니다. ‘참나’라는 든든한 버팀목에 기대고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다면 운명의 변덕으로 최악의 상황이 닥쳐오더라도 완전히 무너져내리는 일은 없습니다. 최고의 본질적인 개운법(開運法)은 바로 영성 공부입니다.
최고의 정신(섭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일수록 운명의 그물망에 더 단단하게 붙잡히게 되는 반면에, 만물의 중심축에 가까이 있는 것일수록 운명으로부터 더 자유롭게 되고, 그중에서도 저 견고한 최고의 정신을 굳게 붙잡고 있는 것은 그대로 고정되어 움직임이 없어서 운명의 필연을 뛰어넘게 된다.2)
<참고자료>
1)보에티우스 지음·박문재 옮김 『철학의 위안』현대지성, 2020 p.222~3
2)보에티우스 지음·박문재 옮김 『철학의 위안』현대지성, 2020 p.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