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의 본체와 작용 : 무극·태극·황극 ⑤

2장.메타 명리의 근본원리: 삼극(三極)

by 은한


동물은 대체로 본능에 충실해 땅의 질서에 순응하여 살아갑니다. 천황과 지황은 자연 그 자체를 다스리고, 인황의 작용 중 대부분의 동식물은 독자적인 경영권 없이 자연의 결(천황·지황의 뜻)대로 움직이죠. 그런데 유독 인황의 작용 중에 인간만은 자유의지와 신묘한 능력을 부여받아 하늘의 뜻대로 도덕을 구현하기도 하고, 하늘의 뜻을 어겨 죄악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최선의 인간은 하느님의 아들이 되는가 하면, 최악의 인간은 짐승만도 못하게 되는 격차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인간에게 있어서는 특별히 황극의 경영권이 통 크게 분산되어 각 개체가 독자적인 경영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죠.


신은 절대계의 뜻을 현상계에서 구현하고 나아가 확장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졌을지도 모릅니다. 뜻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온갖 오류와 시행착오를 모두 감안하더라도 인간이라는 존재를 공들여 창조하고 진화해낸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고요. 인간은 우주에서 유일하게 하늘과 정교한 소통이 가능한 최고급 송·수신기 같은 존재가 아닐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황극의 우주의식(온갖 업보를 저장·관리하는 아뢰야식)은 모든 개체의 온 삶에 완벽하게 동참하면서 정보를 취합해 학습·성장·진화하려는 것일 수 있죠. 궁극적으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뜻이 이루어져 ‘지상천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뜻을 가질 테고요. 그게 빨리 이뤄지냐 늦게 이뤄지냐는 시간문제일 뿐, 선으로 향하는 큰 흐름의 지향성은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모두를 위해서 중생이 겪을 고통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너무 늦어지지 않게끔 하늘의 뜻을 막지 않고, 되도록 빨리 이뤄지게끔 하늘의 뜻을 도와야겠죠.


인간은 우주의 특권을 가진 존재로서 그만큼 주어진 책임도 큽니다. 『중용』에서도 말하듯1) 인간이 정신을 차려 중심을 잡고 조화를 이루면 천지가 제자리를 바로 잡고 만물이 올바르게 길러질 것입니다. 영성이 특히 밝은 ‘성인(聖人)’들은 혜성처럼 등장해 인간의 길을 안내해주고, 지구의 역사를 좋은 의미에서 뒤집어놓습니다. 하늘의 뜻 그대로 살아가는 성인은 시공을 초월하여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교화시키며, 깨어난 사람들은 성인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 존경을 표합니다.


영성이 발달한 성인들이 존재해왔고, 그런 성인들을 알아보고 따르는 사람들이 존재해왔고, 그분들을 중심으로 고등 종교가 지구사에 큰 영향을 발휘하며 전달돼왔다는 사실 자체가 ‘양심’의 존재와 ‘우주의식’의 목적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욕심이 치성하고 위선과 악이 만연한 현실을 돌아보면 암담하지만, 인류가 그나마 최악은 면해 이렇게라도 윤리의식을 심어주고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성인들이 마련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최선의 길로 곧장 나아가 성인들의 뜻을 잇고 한을 풀어드려야 마땅합니다.



<참고자료>

1)『중용(中庸)』1장 : 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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