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메타 명리의 근본원리: 삼극(三極)
무극·태극은 절대계의 영원히 불변하는 ‘텅 빈 알아차림’입니다. 황극은 무극·태극을 근거로 현상계의 음양을 경영합니다. 현상계의 음양은 무상하게 변화하고 무한히 분화·진화·순환하며 영원히 돌고 돕니다. 주역에서는 절대계의 불변하는 이치를 불역(不易), 현상계의 변화하는 이치를 변역(變易), 우주 변화원리의 쉽고 간단한 이치를 간이(簡易)라고 하죠. 우주의 무한한 차원의 무한한 다양성을 음양오행의 법칙으로 극도로 압축해서 단순화하였기에 역학이 쉽고 간단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현상계가 돌아가는 원리인 변역을 알기 위해서는 현상계의 존재를 지탱하는 현상계의 뿌리 불역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불변하는 고정된 기준 없이는 변화가 이뤄질 수도 없고, 변화라는 개념이 성립될 수도 없죠. 변화는 변화를 알아차리는 근원 중심의 존재를 전제해서 이뤄집니다. 서양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에서 신에 대해 ‘부동의 동자’라는 개념을 규정했습니다. “결국 운동하지 않으면서 운동을 낳는 어떤 것, 영원하고 실체이며 현실적인 것이 있다”1)고 말이죠. 자신은 움직이지 않으면서 다른 모든 것들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죠. 무극·태극·황극이 곧 ‘부동의 동자’로 절대계와 현상계를 매개하는 황극을 통해 음양의 존재·창조·변화·주재를 가능하게 합니다.
성리학은 변하지 않는 우주의 본성(불역)을 알려주고, 역학(주역과 명리학)은 변화하는 우주의 이치(변역)를 알려줍니다. 성리학에서는 우주의 본성을 ‘양심’으로 봅니다(무극·태극의 측면). 양심을 음양오행의 근본원리로 나누어보면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다섯 덕목으로 이루어집니다(태극의 측면). 인의예지의 덕목은 현상계에서 측은·수오·사양·시비의 ‘사단(四端)’으로 발현됩니다(황극의 측면). 『대학』에서는 양심을 있는 힘껏 밝혀서 개개인의 삶은 물론 주변 사람과 가정, 나아가 사회와 국가, 천하를 바르게 경영하자고 이야기합니다.2)
성리학은 우주의 질서가 기계처럼 맹목적으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품은 본성이 선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존재·창조·경영한다고 봅니다. 역학을 공부하는 학인은 변화의 뿌리에 불변하는 하늘의 본성이 있다는 사실을 늘 기초해야 할 것입니다. 길(吉)을 추구하고 흉(凶)을 피하는 운명의 판단 기준이 무상하게 변화하는 욕심에 치우쳐 무조건 이익을 좇고 손해를 피하고자 하면 자칫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운명의 판단 기준을 하늘의 본성인 양심에 두어 선을 좋아하여 실천하고, 악을 싫어하여 배척한다면 그 어떤 운명의 태풍이 거세게 휘몰아쳐도 화를 최소화하고 복을 불러올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1)아리스토텔레스 지음·조대호 옮김 『형이상학』도서출판 길, 2021 p.477
2)明明德 新民 止於至善 · 修身齊家治國平天下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