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메타 명리의 변화원리① : 음양(陰陽)·삼재(三才)
태극에는 음양이 통합된 채 구분되어 있습니다. 아직 음양이 분리되어서 실제로 찢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 잠재력과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죠. 『주역』「계사전」에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음양을 헤아릴 수 없는 것이 신이다. (陰陽不測之謂神)
한 번 음하고, 한 번 양하는 것을 일러 도라고 한다. (一陰一陽之謂道)
음인지 양인지 한치도 파악할 수 없는 음양의 완벽한 통합을 이루는 태극은 다름 아닌 ‘신(神)’입니다. 신이 현상계를 창조하고 변화시키는 ‘도(道)’, 근본원리는 한 번 발산하고 한 번 수축하는 음양의 교차이고요. 음양과 마찬가지로 삼재·사상·오행의 근본원리도 태극에 온전히 내재합니다. 물론 팔괘·천간·지지의 근본원리도 태극에 암시되어 있고요. 동양철학의 변화원리에서 가장 세분화한 단위로 볼 수 있는 팔괘에서 팔괘를 중첩한 64괘와 십간과 십이지를 결합한 60간지의 근본원리도 태극을 더 섬세하게 나눠본 것입니다.
동양 역학에서는 64괘와 60간지를 가장 세분화한 음양오행의 경계로 설정했습니다. 역학을 개발·발전시킨 성현들은 인간이 천지자연과 인간사를 조망하는 데 있어 음양의 세분화를 통해 상징을 부여하고 진리를 직관하는 정합성과 효율성을 따져보았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64괘나 60간지를 넘어서는 세분화는 철학적 가치가 떨어지거나 인식하고 암기하여 활용하는 데 한계가 따르기에 그 이상의 체계를 별도로 고안해내지 않았거나 고안했더라도 어느 시점에 탈락·폐기됐을 것입니다. 다만 이론적(수리적)으로는 하나의 태극은 음양오행의 무한한 심화·조합·응용으로 60간지와 64괘를 가뿐히 초월하여 무한히 분화될 수 있습니다.
태극 자체에 이미 음양오행의 무한한 조합과 세분화를 내포합니다. 현상계에 존재하는 인간의 한계(혹은 분별의 지혜)로 인해 그것을 임의로 최대 64괘, 60간지로 구분 지은 것이죠. 인간 의식과 달리 초월적인 우주 의식은 자연히 무한 분화를 허용하고(무극), 무한한 원리를 전지하게 알아차리며(태극), 무한한 기운을 적재적소에 전능하게 활용하면서(황극) 우주의 무수한 차원의 복잡한 모든 현상을 동시다발적으로 운영합니다. 고대 동방의 성현은 이성과 직관을 통해 무경계의 무한을 최대한 명료하게 분별하여 세상만사를 파악하고 예단하기 위해 동양철학 체계를 형성한 것으로 볼 수 있죠.
태극에 내포된 [음양, 삼재, 사상, 오행, 팔괘, 10천간, 십이지, 64괘, 60간지] 등은 태극이라는 절대계에 속한 근본원리를 인간의 인식 범위 내에서 파악하여 설정한 것입니다. 여기서는 단순히 같은 절대계 차원에서 세분화한 것이지, 세분화하여 복잡해질수록 정밀해져서 현상계에 가까워진다는 논리와는 별개의 사고방식입니다. 수학으로 따지면 마치 똑같은 1(태극)을 2분의 2(음양), 3분의 3(삼재), 4분의 4(사상), 5분의 5(오행) 등으로 표현한 것과 일맥상통하죠.
형이하의 경우 하루를 둘로 쪼개면 밤낮이라 하고, 셋으로 쪼개면 아침-점심-저녁, 넷으로 쪼개면 아침-낮-저녁-밤, 다섯으로 쪼개면 새벽-아침-낮-저녁-밤으로 나눠볼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모두 같은 하루를 다르게 구분한 것뿐이죠. 형이상의 경우 하나의 양심을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다섯 덕목으로 나누어보는 것도 마찬가지죠. 대승불교식으로는 하나의 보리심(菩提心)을 보시(報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선정(禪定)·반야(般若)의 6바라밀로 보는 것과 같습니다. 한 덩어리로 같은 것(태극)을 각각의 규칙대로 쪼개서 만든 보다 정교한 표현인 셈입니다.
『주역』「계사전」에서 말하는 팔괘1)나 주렴계(1017~1073)의 『태극도설』에서 말하는 오행2)은 절대계에서 현상계를 구성해가는 우주의 생성론을 말합니다. 태극이라는 절대계의 근본원리로부터 출발하여 오행·팔괘을 낳고 찢어지는 진행 과정을 거치며 우주 만유로 현현하고 화생하는 모습을 나타내죠. 이와 달리 태극에 내재한 근본원리는 낳고 찢어지는 진행 과정 없이 무한히 세분될 수 있는 근본원리가 시공을 초월하여 동시에 공존하는 것을 말합니다. 절대계의 태극이 음양오행의 창조 법칙으로 현상계를 펼쳐내는 것과 태극 자체에 무한하게 잠재한 음양오행의 근본원리를 분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밝은 덕’(明德)이란 사람이 하느님께 얻은 것으로 ‘텅 비어 있되 신령하고 밝게 알아차리는 의식’이니, 천지만물의 모든 ‘원리’(理, 양심의 근본원리)를 갖추고서(구중리具衆理) 만 가지 일에 응하는(응만사應萬事) 주체가 되는 것이다. (주희 『대학장구』)3)
주자는 절대계의 태극에 모든 원리가 온전히 갖춰져 있는 전지적 측면을 ‘구중리(具衆理)’라고 표현했으며, 태극의 원리에 맞게 호응하여 현상계의 모든 일을 경영하는 황극의 전능적 작용을 ‘응만사(應萬事)’라고 표현했습니다. 태극에 갖춰진 모든 원리란 음양오행의 이치뿐 아니라 음양오행의 이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수학·과학 등 모든 학문의 법칙과 그 밖에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실제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의 법칙까지 모두 포용하는 것입니다. 역학의 원리는 그 가운데 가장 쉽고 단순하며, 모든 법칙의 기초가 되는 절대 법칙이라고 볼 수 있죠.
<참고자료>
1)역에는 태극이 있고, 태극은 음양을 낳고, 음양은 사상을 낳으며, 사상은 팔괘를 낳고, 팔괘는 길흉을 정하며, 길흉은 위대한 사업을 낳는다. (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 八卦定吉凶 吉凶生大業, 『주역』「계사전」)
2)오행이 잘 흘러 각각의 본성이 무극의 참된 바탕에서 음양오행의 정기가 묘하게 합하여 엉기면 건도는 남성을 이루고, 곤도는 여성을 이룬다. 五行之幸也 各一其性 無極之眞 二五之精 妙合而凝 乾道成男 坤道成女 (『태극도설』)
3)윤홍식 지음 『대학, 인간의 길을 열다』 봉황동래, 2017 p.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