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메타 명리의 변화원리① : 음양(陰陽)·삼재(三才)
현대 물리학에서는 만물의 실체를 근원까지 파고들면 모두 ‘진동’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진동은 상승과 하강의 주기를 가지고 운동하는 것으로 이는 곧 음(하강)·양(상승) 운동과 같습니다. 현상계에서 경험하는 객관적 실체의 물리적 본질은 진동하는 우주의 음양 운동이라는 말입니다. 인간의 생각·감정·오감도 뇌파를 형성하면서 이루어지기에 주관적 실체의 물리적 본질 또한 음양 운동으로 이뤄집니다. 대우주(객관세계)와 소우주(주관세계)의 운동에서 하나로 통하는 본질은 과학적으로 말하면 파동이고, 철학적으로 말하면 음양이라는 것이죠.
태극은 음양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배경을 제공함과 동시에, 음양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객관적인 대우주에서는 우주의 바탕이 되면서 동시에 만물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고, 주관적인 소우주에서는 마음의 바탕이 되면서 동시에 일어나고 사라지는 생각·감정·오감의 주재자이자 관찰자이기도 합니다. 태극의 근본원리를 바탕으로 음양의 변화원리를 궁구하는 역학은 우주의 본질인 파동(음양)의 패턴을 분석하고 거기에 의미 부여하면서 우주자연과 인간사회를 때로는 초월적이고 때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관찰하고 예측하는 학문입니다.
태극 상징은 원을 곡선으로 이등분하여 태극에 내재한 음양의 상대성·운동성·순환성을 잘 표현해줍니다. 태극에서 원을 가르는 곡선을 음양 주기의 ‘진동’으로 이해해볼 수 있죠. 원이라는 하나의 우주에서 무한히 진동하는 에너지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수학의 삼각함수에서도 원은 모든 파동 곡선의 원형입니다. 마찬가지로 태극은 절대계를 상징하는 원 속에 현상계의 무한한 파동 곡선을 잠재해놓은 형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의 형상을 본뜨고, 신의 숨결을 부여받아 생명을 얻게 된 인간은 신의 창조 능력을 본받아 활발히 벤치마킹하는 중입니다. 신은 음양이라는 이원성의 법칙을 기초로 아날로그 세계를 창조하였고, 인간이 창조한 디지털 세계도 비트(bit: 2진 숫자binary digit의 약자)라는 이진법 컴퓨터 언어를 토대로 이루어집니다. 현실 세계의 음양처럼 0과 1로만 이루어진 비트라는 기본 단위를 무수한 조합으로 쌓아 올려서 쉽고 간단한 작업에서부터 고도로 복잡한 작업까지 수행하죠. 거친 비유지만 비트를 음양으로 본다면, 비트를 작동시키는 바탕이 되는 하드웨어(원정元精), 전기(원기元氣), 소프트웨어(원상元象), 프로그래머(원신元神)가 ‘태극’을 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비트를 통해 각종 텍스트, 이미지, 영상 컨텐츠 등을 제작-유통하며, 수많은 사람이 동시 접속하여 상호작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온라인 게임, 메타버스라는 가상현실의 새로운 시공간을 창조해냅니다. 궁극적으로 과학기술 발전의 특이점을 거치면서 시각과 청각을 현실에 가깝게 입체화시키고, 후각·촉각·미각 또한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인간의 뇌파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언젠간 리얼 월드에 가까운 가상현실(VR)을 디지털 세계에서 재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비트라는 이진법 언어를 통해 창조·경영·발달한 디지털 세계는 음양이라는 기본 법칙이 복잡하고 다양하게 심화·조합·응용되어 굴러가는 아날로그 우주의 절묘한 은유입니다. 단순히 은유에서 그치지 않고 이러한 논리를 극단까지 밀어붙인 게 현대의 일부 과학자와 철학자가 주장하는 ‘시뮬레이션 우주론’1)이라고 볼 수 있죠. 최첨단의 과학기술이 역으로 음양오행 원리의 정당성을 재확인해주는 작금의 현상은 흥미롭습니다.
<참고자료>
1)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는 모두 모의 현실이라는 가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