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메타 명리의 변화원리② : 사상(四象)·오행(五行)
음양에서 음양을 한 번 더 쌓아나가면 사상이 됩니다. 한 효에서는 양(⚊) 또는 음(⚋)으로 경우의 수가 2고, 두 효에서는 양양(⚌태양), 양음(⚍소음), 음양(⚎소양), 음음(⚏태음)으로 경우의 수가 4입니다. 주역 괘에서 효의 순서는 아래부터 위로 쌓여 올라간다고 봅니다. 두 효로 이루어진 사상의 시간관은 아래의 하효는 과거(~현재), 위의 상효는 (현재~)미래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자 두 이(二)와 같은 원리로 상효는 하늘(天), 하효는 땅(地)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죠. 입자성으로 결정되어있는 땅처럼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파동성으로 자유로운 하늘처럼 미래는 잠재력과 가능성으로 가득합니다.
태음(⚏)에서 양이 하나 누적되면 사상의 틀 내에서 하효는 누락되고 상효는 하효로 내려와서 소양(⚎)이 됩니다. 같은 원리로 태양(⚌)에서 음이 하나 누적되면 소음(⚍)이 됩니다. 사상의 시간 흐름을 임의로 팔괘(소성괘)를 통해 나타내면, 간괘(☶)는 태음(1·2효)에서 소양(2·3효)으로 나아간 것이고, 손괘(☴)는 소양(1·2효)에서 태양(2·3효)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태괘(☱)는 태양(1·2효)에서 소음(2·3효)으로 나아간 것이고, 진괘(☳)는 소음(1·2효)에서 태음(2·3효)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사상의 흐름을 모두 종합해서 대성괘로 나타내면 뇌산소과괘(䷽)·풍택중부괘(䷼)와 같이 두 번씩 중복되는 음양이 교차하면서 사상이 진행된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사상의 흐름을 시야를 넓혀서 6효가 쌓여가는 모습으로 보면 사상의 변화원리가 기존의 음양의 토대에서 새로운 음양을 구축해가는 관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태양은 그 전에 태음이 받쳐주고 있었고, 태음은 그 전에 태양이 받쳐주고 있었죠. 단지 시간이 흘러서 그전의 하효(과거)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눈에 보이지 않아 잊히게 되었고 그래서 지워낸 것입니다. 음양에서 음은 양을 전제하고, 양은 음을 전제하는 ‘호근성(互根性)’을 갖기에 음양은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음양은 대립이 아닌 공존하는 것이죠. 모든 음양의 변화는 하나의 태극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에 통합 안에서의 분열일 뿐입니다.
사상의 부호에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양음효)’와 ‘⚎(음양효)’는 음양이 일대일로 맞서고 있기에 관점에 따라 음양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본체’의 측면에서는 상효가 음양의 기준이고, ‘작용’의 측면에서는 하효가 음양의 기준이 됩니다. 인체로 따지면 하늘의 상효는 머리, 땅의 하효는 몸통으로 볼 수 있죠. 기세가 앞서는 머리로는 지금 여기를 기점으로 미래를 지향하지만(상효·본체), 몸통을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과거의 세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하효·작용). 자정이 지나 날짜상으로는 다음날로 넘어갔다고 쳐도(본체), 잠자고 나서 아침이 와야 하루가 시작되었다고 인식하듯(작용) 소양·소음은 본체와 작용에 시차와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죠. 사상 부호의 이름은 본체를 기준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사상(4)에서 중심(1)을 더하면 오행(5)이 됩니다. 사상과 오행을 상응시키면, 음으로만 이뤄진 태음(⚏)은 오행으로 차갑고 어두운 수(水)가 되고, 양으로만 이뤄진 태양(⚌)은 오행으로 뜨겁고 밝은 화(火)가 됩니다. 태음(⚏)에서 태양(⚌)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는 소양(⚎)은 탄생하고 성장하는 오행 목(木)이 되고, 태양(⚌)에서 태음(⚏)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는 소음(⚍)은 분별하고 수렴하는 오행 금(金)이 됩니다.
사상의 효가 쌓여가는 시간 흐름을 고려하면 상효와 하효를 다시 구분해서 오행의 영향을 세분화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전체 진행 과정에서 하효에는 이전 단계 상효(오행)의 영향이 ‘작용’으로 남아있다고 볼 수 있고, 상효는 이전 단계 상효(현재 단계 하효)의 영향을 바탕으로 새로운 오행이 ‘본체’로 생겨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상을 서로 대응해보면 절묘한 면이 있습니다. ①사상의 ‘이름’에 따라 짝지으면 태양(⚌,火)과 소양(⚎,木)은 ‘양’으로 묶이고, 태음(⚏,水)과 소음(⚍,金)은 ‘음’으로 묶입니다. ②태양(⚌,火)과 태음(⚏,水)은 ‘태’로 묶이고, 소양(⚎,木)과 소음(⚍,金)은 ‘소’로 묶입니다. ③사상의 ‘괘’에 따라 하효를 중심으로 놓고 보면 ‘양효’에서 태양(⚌,火)과 소음(⚍,金)이 짝짓고, ‘음효’에서 태음(⚏,水)과 소양(⚎,木)이 짝짓습니다.
결국 괘상이나 명칭에 따라 사상 중 하나는 나머지 사상 중 셋과 어떤 식으로든 짝을 맺게 됩니다(①木火:金水, ②水火:金木, ③水木:火金). 괘상과 이름이 절묘하게 배치되면서 사상 사이의 유기적 관계가 총체적으로 치우치지 않습니다. 사상이 짝짓고 상대하는 세 가지 방식을 모두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