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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四象)으로 본 시간 흐름의 패턴

4장. 메타 명리의 변화원리② : 사상(四象)·오행(五行)

by 은한

사상은 세계의 변화를 크게 넷으로 나누어 {(소양→태양→소음→태음→)소양→…}으로 무한히 순환하는 운동을 보여줍니다. 세계의 변화를 음양(2)으로만 따지면 지나치게 단순하고 사상보다 배수로(8 이상의 수) 따지게 되면 너무 복잡해지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사상을 통해 변화의 전체적인 상을 직관적으로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사상의 변화원리는 실질적으로 활용하기에도 좋고 이해하기도 외우기도 쉽기에 보편적인 분류법으로 활용됩니다. 하루는 조주석야(朝晝夕夜)의 사시(四時), 한 해는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사계(四季), 한 생은 초년·청년·중년·말년, 혹은 생로병사(生老病死)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주의 변화 운동은 원과 같이 무한히 순환하죠. 변화원리를 음양으로 표현할 때는 음이 양으로, 양이 음으로 단번에 전환되는 양극단만 보여줍니다. 사상에서는 음양 전환을 더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양이 가득 찬 ‘태양’은 양기가 극에 이르러 절정을 찍은 상태이므로 음으로 돌아오게 됩니다(태양⚌→소음⚍). 대낮이 지나면서 저녁이 찾아오고, 한여름이 지나면서 가을이 찾아오는 이치입니다. 음이 가득 찬 ‘태음’도 마찬가지로 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태음⚏→소양⚎). 한밤이 지나면서 새벽이 찾아오고, 한겨울이 지나면서 봄이 찾아오는 이치이죠.


고대에 하루와 한 해의 시간을 십이지로 세분화한 과정은 귀납과 연역의 두 방식이 모두 동원되어 성립되었을 것입니다. 귀납의 경험으로는 달이 지구를 1년 동안 12번 공전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십이지를 배정했다고 볼 수 있죠. 연역의 논리로는 사상을 삼재로 나누면 십이지가 됩니다. (우연이 아니라 하늘의 뜻대로) 개념과 체험이 잘 맞아떨어져 자명한 이론으로 발달했을 것입니다. 십이지로 시간을 세분화한 이후에 다시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치며 계절 관념이 전보다 더 명확해졌을 것입니다.


예컨대 절기 중에 낮이 가장 긴 하지, 밤이 가장 긴 동지, 낮이 밤보다 길어지는 춘분, 밤이 낮보다 길어지는 추분을 발견하면서 춘하추동 4계절이 뚜렷해졌겠죠. 낮이 가장 긴 하지는 양기가 왕성한 태양(太陽·⚌)의 시기입니다. 반대로 밤이 가장 긴 동지는 음기가 왕성한 태음(太陰·⚏)의 시기입니다.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춘분은 작은 양이 자라난다는 뜻으로 소양(少陽·⚎)의 시기이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추분은 작은 음이 자라난다는 뜻으로 소음(少陰·⚍)의 시기입니다.


동양문화에서는 하루도 십이지에 맞게 시간을 배정했습니다. 밤 12시의 자정(子正)과 낮 12시의 정오(正午)가 하루를 나누는 기준시간이죠. 해가 뜨기 시작하는 오전 6시(卯時)와 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6시(酉時)를 기준 삼으면 춘하추동과 상응하는 조주석야가 됩니다. 사상으로 따지면 아침은 소양, 낮은 태양, 저녁은 소음, 밤은 태음이죠. 태양이 떠오르고 지는 방향에 따라서 방위에도 자연스럽게 사상을 배정합니다. 태양이 떠오르는 동방(東方)은 아침의 소양(⚎,木), 태양이 가장 뜨거운 남방(南方)은 대낮의 태양(⚌,火), 태양이 저무는 서방(西方)은 저녁의 소음(⚍,金), 태양이 사라진 북방(北方)은 밤의 태음(⚏,水)이 됩니다.


1년의 변화는 농업과 직결되기 때문에 춘하추동 사계절을 지칭하는 용어도 다양합니다. 절대계 차원에서는 『주역』의 건괘에 출처를 둔 ‘원형이정(元亨利貞)’을 근본원리로 사시 순환이 이뤄진다고 이야기합니다. 탄생하고(元,소양) 형통하고(亨,태양) 이로움을 보고(利,소음) 저장하는(貞,태음) 근본원리를 말하죠. 현상계의 보편법칙 차원에서는 ‘생장수장(生長收藏)’으로 사시 순환을 말합니다. 만물이 태어나고(生,소양) 자라고(長,태양) 거두어들이고(收,소음) 감춰놓는(藏,태음) 보편법칙을 말하죠.


불가의 시간관은 스케일이 한층 확장됩니다. 우주 전체 규모에서 순환을 이루어지고(成) 머물고(住) 파괴되고(壞) 허공만 남는(空) ‘성주괴공(成住壞空)’을 논한 것이죠. 현대 우주론으로 따지면 빅뱅(우주의 탄생)과 빅크런치(우주의 죽음)가 순환한다고 보는 견해와 같습니다. 불교의 성주괴공은 유교의 생장수장과 늬앙스 차이는 있지만 시간 흐름의 맥락은 같습니다.


불교 철학에 영향을 받은 소강절 선생은 『황극경세서』에서 역학의 원리로 확장된 우주 시간을 논하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시간과 같은 논리가 그대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12시진이 1일, 30일이 1달, 12달이 1년이 되는 원리를 본떠서 30년을 1세世, 12세를 1운運(360년), 30운을 1회會(108,00년), 12회는 1원元(129,600년)이 된다고 본 것입니다. 우주 1년(1원)은 129,600년, 우주 1달(1회)은 10,800년이 되는 것이죠. 이러한 원리를 따라 우주 1년마다 천지가 개벽하고, 우주 1달마다 인류 문명이 개벽한다고 전해 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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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을 확장한 사상에는 중심이 생략되어있지만, 모든 음양 운동은 중심을 전제로 이루어집니다. 음양은 삼재를, 사상은 오행을 전제하는 것이죠. 중앙의 기준이 없으면 동서남북의 4방위도 성립될 수 없습니다. 현상계에서 사상의 운동과 순환을 끊임없이 이루어지게 경영하는 힘은 황극 중 천황·지황으로부터 나오고, 사상의 마디를 구분 짓는 인식 능력은 황극 중 인황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죠.


음양을 중심 잡으면 삼재가 되고, 사상을 중심 잡으면 오행이 됩니다. 사상의 소양(⚎)은 오행의 목(木), 태양(⚌)은 화(火), 소음(⚍)은 금(金), 태음(⚏)은 수(水)와 상응하며, 중심은 토(土)로 배정됩니다. 토(土)는 단순히 오행 중 하나가 아니라, 토를 제외한 나머지 4행을 주재·조절·활용하는 오행의 황극 역할이죠. 오행에서 토(土)가 황극으로 작용하여 시공간의 음양을 경영합니다. 음양으로 굴러가는 현상계에서 하루의 조주석야 패턴을 읽어내 오늘을 계획·실천하며 살아가고, 1년의 춘하추동 패턴을 읽어내 올해를 계획·실천하며 살아가고, 나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방위를, 상하·전후·좌우의 인간관계를 읽어내 삶을 경영하는 게 모두 중심 토(土)의 알아차리고 경영하는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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