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메타 명리의 변화원리② : 사상(四象)·오행(五行)
오행이 최초로 기록된 문헌인 『서경』「홍범」1)편에서는 오행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첫 번째는 ‘오행五行’이니, ①‘물’(水)과 ②‘불’(火)과 ③‘나무’(木)와 ④‘쇠’(金)와 ⑤‘흙’(土)입니다. ①‘물’(水)은 아래를 윤택하게 하며(潤下), ②‘불’(火)은 위로 타오르며(炎上), ③나무(木)는 구부러지고 또 곧아짐이며(曲直, 부드러움), ④쇠(金)는 고친대로 따름이며(從革, 딱딱함), 흙(土)은 심고 거둠입니다. ①아래를 윤택하게 함은 짠맛(鹹)이며, ②위로 타오름은 쓴맛(苦)이며, ③구부러지고 또 곧아짐은 신맛(酸)이며, ④고친대로 따름은 매운맛(辛)이며, ⑤심고 거둠은 단맛(甘)입니다.
9개 조항의 큰 법이라는 뜻을 가진 홍범구주의 1조목은 ‘오행(五行)’이고, 중심에 위치한 5조목은 ‘황극(皇極)’입니다. 홍범구주에서 나열하는 오행 순서[수화목금토]는 6장 「천본(天本)」에서 상세히 다룰 『하도河圖』의 오행 순서와 같습니다. 잘라서 보면 [수화/목금/토]로 수와 화가 상대하고, 목과 금이 상대하며, 토는 황극으로 사행의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홍범구주에서 황극을 5조목에 둔 것과 같이 오행 속에서도 토를 마지막 다섯 번째에 배치하여 황극 역할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홍범구주에서는 인간의 감각으로 경험하는 개별사물의 특징으로 오행의 성질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대에 생활 속에서 발견·관찰한 개별사물을 수집·분류·비교·대조하면서 패턴(보편법칙)을 발견하고, 오행의 근본원리를 깨달으면서 음양오행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갔을 것입니다. 태극에 새겨진 오행의 근본원리는 문자에 매이지 않고 시공을 초월하기에 다양한 맥락의 응용과 심화, 재해석을 허용합니다.
오행의 기본을 [물·불·나무·쇠·흙]이라는 물질로 한정시키는 순간 언어의 상에 갇힐 우려가 있습니다. 만약 오행이 물질로 한정되었다면 그 이름도 오행(五行)이 아닌 오형(五形)으로 지어야 했을 것입니다. [수·화·목·금·토]는 오행을 일상의 사물, 읽기 쉬운 한자로 표현함으로써 직관적으로 쉽게 와닿게 해주는 ‘상징’일 뿐이죠. 오행(五行)에 ‘다닐 행’이라는 한자가 들어가듯 오행은 ‘다섯 기운이 운동하는 원리’를 뜻합니다. 오행은 고정된 사물을 지칭하기 명사가 아닌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기운을 지칭하는 동사로 인식해야 합니다. 혹은 역동적인 변화를 명령하는 원리를 지칭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죠. 절대계 중심에 존재하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오상(五常)은 오행의 근본원리입니다.
양의 기운이 시작된 목木은 창조·생명의 이치, 양의 기운이 왕성한 화火는 연결·발산의 이치, 음양의 중립을 지키는 토土는 균형·주재의 이치, 음의 기운이 시작하는 금金은 숙성·결실의 이치, 음의 기운이 성숙한 수水는 저장·수렴의 이치를 보여줍니다. 음의 기운이 극에 치달은 수는 다시 양의 기운이 시작되는 목으로 향하여 순환하죠. 양의 기운이 극에 치달은 화는 다시 음의 기운이 시작되는 금으로 향하여 전환되고요.
오행의 음양 이치를 음양의 전체적인 흐름과 관계성 안에서 살펴보면, 목木은 이전에 수水에서 왔고, 이후에는 화火로 갈 것이며, 금金과 상대합니다. [水→木, 木→火, 木↔金]. 중심의 토土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행도 마찬가지로 [이전·이후·상대]의 세 관계 패턴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토는 예외적으로 중심에 위치하여 [이전·이후·상대]하는 사행의 세 관계-작용을 총체적으로 조절하면서 균형을 잡아줍니다. 사실 토의 위치·역할·작용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토는 ①오행의 중심에 자리 잡는 관점도 있지만, ②오행이 모두 평등하게 예외 없이 나열·순환하는 관점도 병립하기 때문입니다. 이 관점의 차이로 인해 ①중심이 포함된 ‘선천(先天)’과 ②중심을 벗어난 ‘후천(後天)’을 따로 구분해줘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천간(②)과 지지(①)가 구분될 수 있는 것도 토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적용되기 때문이죠. 메타 명리학에서 기존 명리학과 달리 간지의 이원성을 천본(天本·선천 십간), 인간(人干·후천 십간), 지지(地支·후천 십이지)로 삼원화하는 근거도 선후천의 구분에 있습니다.
<참고자료>
1)『서경』「홍범」, 네이버 카페 <홍익학당> 자료, 윤홍식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