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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Feb 08. 2022

기존 명리학에서 천간(天干)·지지(地支)의 위상 차이

5장.메타 명리의 세 위상 : 본간지(本干支)

하늘(天)의 기운(氣)이 뭉쳐서 땅(地)의 형질(質)이 형성되고, 줄기(干)에서 가지(支)가 뻗어나가는 인과·선후 관계가 명확하듯 기존 명리학에서는 지지(地支)가 천간(天干)에 근거를 둔다고 이야기합니다. 지지의 구성을 다루는 ‘지장간(地藏干)’ 이론은 지지 속에 복수의 천간이 감춰져 있는 원리를 말합니다. 하늘의 기운이 뭉쳐져서 땅의 형질을 구성하듯 지지가 천간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죠. 지장간은 천간과 지지의 관계에서 천간은 순일하고 가벼운 기운으로 이뤄진 데 반해, 지지는 잡스럽고 무겁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천간은 자유롭고 가벼운 하늘처럼 정신적인 영역, 지지는 물질로 제한되어 무거운 땅처럼 현실적인 환경으로 해석합니다. 천간은 생각·감정과 관련된 혼(魂)의 영역을 다뤄 인간의 정신과 관련이 깊습니다. 지지는 감각과 관련된 육(肉)과 육이 살아가는 세계의 영역을 다뤄 자연의 질서와 관련이 깊습니다. 한 세트로 이뤄진 간지와 같이 물질계의 인간에 대해 이야기할 때 혼과 육을 떼어놓을 수 없고, 지지가 천간에 근거하는 것 같이 육은 혼(업보)에 근거해서 성립됩니다.


인간의 정신도 자연의 질서에 영향을 받고, 자연의 질서도 인간의 정신에 생각·감정·오감으로 포섭되어 인식되는 만큼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정신은 자연과 달리 자유의지를 지니고, 자연의 질서는 인간과 달리 늘 맹목적으로 성실하기에 명확히 분별할 수 있습니다. 천간과 지지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반영하여 토土를 드러내는 방식이 서로 다릅니다.

인간의 정신을 다루는 천간은 후천 오행의 분화로 토土가 나머지 사행과 동등하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이와 다르게 자연의 질서를 다루는 지지는 선천 오행의 응용으로 토土가 사상의 사이사이에 배치되어 나머지 사행과 차별화됩니다. 앞서 4장 「사상·오행」에서 언급했다시피 후천 오행이 확장된 천간과 선천 오행이 확장된 지지는 상생·상극이 적용되는 이치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천간에서는 토土가 음양을 주재하는 능동적인 주인공이라면, 지지에서는 토土가 음양의 질서에 동화되어 순응한 모습입니다. 생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일으킬 수 있지만, 감각은 주어진 환경을 일단 수용하고 보는 것과 같습니다.


선천 오행이 응용된 지지에서 사각형의 꼭지점에 배정된 네 가지 토土를 대각선으로 연결하면 정확히 ‘중심’에서 만나는 것처럼 인간의 육체를 포함한 자연의 질서는 하늘의 섭리를 어기지 않고 늘 성실하게 흘러갑니다. 반면 저 혼자 솟아올라 중심에서 벗어난 천간의 토土처럼 인간의 정신은 자유롭고 신령하지만, 하늘의 뜻을 따르기만 하지 않는 의외성을 가져서 애써 공부하고 수행하지 않으면 균형을 잃기 쉽습니다. ‘중심(양심)’과의 연결고리를 의식적으로 되찾아 강화해야만 하죠.


주자학에서는 ‘기질(氣質)’ 이야기하면서 기의 청탁(淸濁) 따라 양심에 밝은지 어두운지가 갈리고(양지良知), 질의 수박(粹駁) 따라 양심을 실천에  옮기는지 옮기지 못하는지 갈린다고 합니다(양능良能). 양심을 각성하고 닦아내서 기를 맑게 만들면 생각·감정을 양심에 맞게 구현할  있고, 질을 순수하게 만들면 감각(언행) 양심에 맞게 구현할  있다는 것이죠.


사주팔자에 부여된 천간·지지의 특징, 운명의 형식도 자유의지의 수준에 따라 다르게 발현되죠. 태어난 순간 결정된 사주팔자(기질의 형식)는 고정되지만, 영성 지능(기질의 수준)은 고정된 게 아니고 닦아갈 수 있기에 영성을 계발할수록 운명을 높은 수준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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