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한 Feb 15. 2022

선천 십간의 기원 - 하도·낙서

6장. 메타 명리의 하늘 체계 : 천본(天本·선천 십간)

『주역』「계사전」에 이르길 “하늘은 형상을 드리워서 길흉을 나타내고, 성인은 그 형상을 본받는다. 하수河水에서 그림(하도河圖)이 나오고, 낙수洛水에서 글(낙서洛書)이 나오니, 성인이 이것을 법으로 삼았다.”라고 하였다. 유흠劉歆이 생각하기를, 복희씨가 하늘을 계승하여 왕이 됨에 ‘하도’를 받아서 이를 법칙으로 삼아 그림을 그린 것이 바로 ‘팔괘’이며, 우禹임금이 홍수를 다스릴 때 낙서를 받아서 법으로 삼아 진술한 것이 바로 『서경』 「홍범」이다. 성인이 그 도道를 행함에 그 참됨을 보배로 여기니, 은나라에 내려와, 기자가 부사父師의 위치에 있으면서 이를 법도로 삼았다. 주나라가 은나라를 물리치고 나서, 기자에게 귀의하여 무왕이 친히 자신을 비우고 질문한 것이다. (『한서漢書』「오행지五行志」)1)


고조선이나 은나라는 모두 홍산문화에서 파생된 동이족 국가라고 하며, 은나라는 황제에서 시작해 요임금과 순임금을 거쳐 동방 고대문화의 전승이 이어진 나라라고 합니다. 은나라의 동이족은 중국과 한국의 공동 조상으로 볼 수 있어 중국뿐 아니라 한국인도 직계 조상의 업적으로 이뤄진 동방 고대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독자적인 발언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하도·낙서가 현대까지 전해져오며 연구되어온 것은 시공을 초월하는 자명한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도는 절대계에 새겨져 있는 만물의 설계도로 ‘무극·태극의 이치’를 나타냅니다. 낙서는 절대계의 작용으로 현상계에 나타나는 만물 생성·결실의 보편법칙으로 ‘황극의 작용’을 나타냅니다. 1부터 10까지의 수로 이루어진 하도는 절대계의 근본원리를 나타내기에 동양에서 궁극의 완성 수로 보는 ‘10’을 포함합니다. 반면 현상계에서는 ‘궁극의 완성’이 존재할 수 없기에 1부터 9까지의 수로 이루어진 낙서에는 ‘10’이 제외됩니다.


궁극의 완성은 늘 무상하게 변화하는 현상계에서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영원한 목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원한 이상은 현실과 끊임없이 비교·대조하게 하면서 반성을 촉구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도록 합니다. 영원한 이상의 궁극적인 완성을 의미하는 ‘10’은 그 자체로는 현상계에서 구현될 수 없지만, 현상계를 조금이라도 더 선하게 만들어가는 청사진을 제공하고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필요와 의미를 지닙니다.


절대계의 양심을 현상계에서도 완벽하게 구현하고자 하는 이상은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이미 내재해있습니다. 절대계의 양심은 그 자체로 완벽한 우리 마음의 가장 깊은 본질에 모든 상황에 대해 늘 직관적으로 선악 판단을 내리면서 신호를 보내옵니다. 다만 각자의 에고가 지닌 저마다의 두터운 업장(業障)이 그 이상을 똑바로 알아보지 못하고 그 신호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게 가리고 왜곡시키는 것이죠. 하늘의 뜻을 돕는 군자·보살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영원한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업장을 닦아가야 합니다(점수漸修).


<하도·낙서>에서 선으로 연결된 흑백의 동그라미는 방위에 따른 수를 보여줍니다. <1>은 처음 시작하는 수, 무에서 유로 불쑥 솟아 나와 발산하는 양기를 가집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여기서 <1>이 태극을 나타내는 ‘한울의 1’과 다름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도는 1에서 10까지의 범위에서 오행을 전제로 수리를 논하기에 무극을 0, 태극을 1로 논했던 수리와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주역』「계사」에서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고 하는 것처럼 수리도 양음이 교차하는 원리로 진행되기에 2는 음, 3은 양으로 변화하면서 나아갑니다. 홀수는 양수(陽數)로 흰색, 짝수는 음수(陰數)로 검정색으로 표현합니다. 양은 하늘·해·낮·밝음으로 대표되기에 양수는 흰색, 음은 땅·달·밤·어둠으로 대표되기에 음수는 검정색으로 나타내는 것이죠.



<참고자료>

1)易曰 天垂象 見吉凶 聖人象之 河出圖 雒出書聖人則之 劉歆以爲伏羲氏繼天而王 受河圖 則而劃之 八卦是也 禹治洪水 賜雒書 法而陳之 洪範是也 聖人行其道而寶其眞 降及于殷 箕子在父師位而典之 周旣克殷, 以箕子歸 武王親虛己而問焉 『한서漢書』「오행지五行志」 (『서경』「홍범」 중, 네이버 카페 <홍익학당> 자료, 윤홍식 역)






매거진의 이전글 간지의 위상으로 보는 천명과 운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