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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Feb 16. 2022

하도의 특징

6장. 메타 명리의 하늘 체계 : 천본(天本·선천 십간)

동방 고대문화에서 사방위를 따질 때 현대와는 반대로 아래쪽을 북방, 위쪽을 남방, 왼쪽을 동방, 오른쪽을 서방으로 봅니다. 동양의 방위 개념은 역사적으로 북쪽에 임금이 앉아서 남면(南面)했기에 기준이 달라진 것입니다. 역학적으로 따져보면 물(水)은 아래로 흐르고, 불(火)은 위로 뜨기에 상남上南·하북下北의 방위와 통하고, 나머지 목금木金은 시계 방향으로 순환하도록 좌우에 배치했다고 볼 수 있죠. 하도에 나타난 수와 방위를 결합해보면 북방(水)은 1·6, 남방(火)은 2·7, 동방(木)은 3·8, 서방(金)은 4·9, 중앙(土)은 5·10입니다. 방위 별로 표시된 홀짝의 두 수에 맞춰 오행을 음양으로 세분화한 십간을 배정할 수 있습니다. 하도에 따라 배정한 십간의 수를 ‘선천 수’라고 부릅니다. 



10수를 반으로 나눠 앞의 다섯 수는 생수(生數)로 만물을 창조하는 근본원리를 품고, 뒤의 다섯 수는 성수(成數)로 만물을 성숙시키는 근본원리를 품습니다. 생수에서 ‘5’를 더하면 같은 오행의 성수가 나오는데, 이때의 ‘5’는 하도 중앙에 위치한 무토戊土의 작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만물을 낳는 생수가 중앙 5무토戊土로 인해 중심이 잡히고 만물을 이루는 성수로 무르익는 원리입니다. (1壬+5戊=6癸, 2丁+5戊=7丙, 3甲+5戊=8乙, 4辛+5戊=9庚) 동서남북과 달리 중앙은 예외로 두는 게 맞겠지만 논리를 단순하게 적용해보면 본래 중앙에 위치한 무토戊土가 자체적으로 다시 한번 중심을 잡으면(5戊+5戊) 완벽한 균형으로 궁극의 완성(=10己土)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경』「홍범」편에 나온 오행 [水火木金土]의 순서는 하도의 방위 수리와 같습니다. 하도를 바탕으로 홍범의 오행 조목이 만들어졌다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도의 수리는 왜 오행을 [1水·2火·3木·4金·5土]순으로 가리킬까요? 그 이유를 ①근본원리의 연역과 ②보편법칙의 귀납 두 가지 방법으로 살펴보겠습니다.


①근본원리의 연역

방위에 따른 오행을 수리에 따른 십간으로 펼쳐내면 오행의 순서가 성립된 역학적인 원리가 정교해집니다. 1은 양수(陽水=壬)로 오행으로는 음으로 보이나 수리로는 양이 작용하고, 2는 음화(陰火=丁)로 오행으로는 양으로 보이나 수리로는 음이 작용합니다. 수水는 기본적으로 내부 지향적이지만 양으로 작용하면 역동적으로 흐르는 물처럼 에너지 흐름이 형성되고, 화火는 기본적으로 외부 지향적이지만 음으로 작용하면 쇠를 녹이는 불처럼 집중된 형태를 잡습니다.


만약 1수水가 음으로만 작용한다면 지나친 수축으로 인해 처음부터 우주가 막혀버릴 것입니다. 또한 2화火가 양으로만 작용한다면 지나친 발산으로 우주가 제때 여물지 못할 것입니다. 두 경우 모두 질서정연한 우주가 성립되지 못하죠. 같은 논리로 1이 화火거나 2가 수水면 우주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음양의 순서는 1양2음, 오행의 순서는 1수2화여야 질서정연한 우주를 성립하는 조건이 갖춰집니다. 하도의 수리·오행 체계는 자체적으로 음양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서로 어울려서 조화롭게 진행되는 이치로 설계되어있습니다.


절대계와 현상계를 막론하고 절대적인 음도 절대적인 양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음양은 관점과 맥락에 따라 상대적·유기적으로 변화하죠. 초월적 진리를 기호·문자로 옮기는 과정은 결코 완벽할 수 없고 필연적으로 한계와 모순을 내재합니다. 과학적·유물론적 사고방식으로는 이를 모호하다고 비판할 수 있으나 우주의 법칙(태극)이 본래 신묘한 것입니다.


그마저도 최근에는 양자역학이라는 학문의 부상으로 유물론적 편견이 조금씩 깨지고 있죠. 양자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입자의 위치(陰)와 속도(陽)를 모두 동시에 정확하게 알아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이 또한 음양 상대성이라는 근본원리의 물리학적 작용입니다.


②보편법칙의 귀납

현상계의 개별사물을 관찰해서 보편법칙을 발견하고, 절대계의 근본원리를 귀납적으로 추적해 들어가는 과학적인 방식으로도 하도의 원리를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수리와 오행은 절대계의 근본원리를 논리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개념적 방편이기에 개별사물을 통한 과학적·귀납적 탐구 방식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오행에서 수水(⚏,태음)는 음, 화火(⚌,태양)는 양을 대표합니다. 현상계에서 수水는 겨울밤(어둠·차가움·고요함), 씨앗(압축된 정보)으로 나타나며 화火는 여름낮(밝음·뜨거움·번잡함), 활기(펼쳐진 현상)로 나타납니다. 생물학계에는 ‘닭(火)이 먼저냐, 알(水)이 먼저냐’는 끊임없는 논쟁이 있죠. 현대 물리의 빅뱅 우주론에 따르면 하나의 점에서 시공간이 터져 나왔다1)고 가정합니다. 역학과 마찬가지로 과학적으로도 알(水)이 먼저라는 힌트를 제공해주는 듯합니다. 또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바탕은 검정(水)으로 별빛(火)이 배경으로 전제된 어둠(水)을 조건적으로 밝힙니다.


만물의 설계도 하도에서는 현상계에서 관찰되는 바와 마찬가지로 수水가 화火에 우선함을 보여줍니다. 현상계가 질서와 조화를 갖춘 코스모스(cosmos)로 관찰되는 이유는 우주가 태극이라는 통합된 진리의 씨알에서 근본원리에 맞게 펼쳐져 나왔기 때문이죠.


사상에서 목木(⚎,소양)은 수水(⚏,태음)가 화火(⚌,태양)로 가는 과정에 위치합니다. 금金(⚍,소음)은 화火(⚌,태양)가 수水(⚏,태음)로 가는 과정에 위치합니다. 하도의 오행순서는 수화水火, 음양의 대표를 큰 흐름으로 먼저 나타내고, 그 이후 음양이 사상으로 세분화하면서 작은 흐름으로 목금木金을 반영합니다. 수水가 화火보다 앞서기에 수水에서 화火로 먼저 향하므로 목木이 금金보다 앞섭니다.


마지막으로 사상을 중심 잡아주는 토土를 더하면 오행이 완성됩니다. 오행을 마무리하는 토土는 나머지 사행을 총괄·경영·마무리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하도의 오행 순서는 [음양(2)→사상(4)]으로 세분화되고 [사상(4)→오행(5)]으로 중심 잡히는 과정을 반영합니다. 생수(1~5)의 진행 이후 같은 오행 순서로 성수(5~10)가 진행되면서 [오행(5)→십간(10)]을 완성합니다.



<참고자료>

1)태극의 일점에서 만유가 나왔으며, 태극이 만유의 뿌리라는 동양철학의 창조론이 물리학적으로도 틀리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만법귀일(萬法歸一)’이라는 불교 철학은 일점에서 나온 우주가 다시 일점으로 돌아가는 대우주의 순환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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