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메타 명리의 하늘 체계 : 천본(天本·선천 십간)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하도에 대한 설명이라면, 중심(土)을 삼극三極 사상과 연결해 새로운 논리를 전개하고자 합니다. 하도에서는 1임수壬水가 첫 번째로 설정되지만, 음양오행 근본원리의 ‘본체(무극)’ 없이는 사상四象의 근본원리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숨겨진 무극을 찾기 위해 10진법에서 10은 0으로 순환하는 것처럼 10기토己土가 0(무극)을 겸한다고 보면 어떨까요? 이미 음양으로 치우친 1임수壬水 이전에 중심의 0기토己土가 전제되어있다고 보는 것이죠.
하도에서 마지막에 나오는 10기토己土는 궁극의 완성이자 동시에 음양오행의 시작도 끝도 없이 근본 바탕에 있는 허공의 무극(0)으로 볼 수 있습니다. 10기토己土가 영원한 이상, 궁극의 완성이라면 0기토己土는 절대계의 순수의식, 텅 빈 마음(0)의 무한한 잠재력으로 영원한 이상(∞)을 제시해 보이는 것이죠.
선천 수로 나열한 천간의 시작에 0己土를 추가해서 나열하면 새로운 규칙성이 드러납니다. [(己)壬丁甲辛/戊/癸丙乙庚(己)] 여기서 5戊土는 0~10 사이에서 온전한 중심을 차지합니다. 앞의 0己土는 텅 빈 바탕, 중간의 5戊土는 온전한 중심, 뒤의 10己土 궁극의 마무리를 차지하여 시중종(始中終)을 균형에 맞게 마디 짓습니다.
10己土를 0己土로 빼돌려 제외시키면 아예 판을 새롭게 짜볼 수 있습니다. 토土가 오행의 마지막에 위치하는 본래의 하도 순서[壬丁甲辛戊/癸丙乙庚己]와 다르게 새로운 하도 순서[己壬丁甲辛/戊癸丙乙庚]에서는 토土가 오행에 앞장서게 하는 것입니다. 이 관점은 토土가 사후의 작용으로 포용·마무리·완성하는 능력보다 토土가 사전에 존재의 본체로서 음양을 창조·경영하는 작용을 강조합니다.
태극의 수리를 본래 우주 만유의 근본원리를 직관하고 통합하는 ‘1’로 표현했습니다만, 음양오행의 근본원리를 나타내는 하도의 수리에서 태극은 음양을 주재하는 중심(土)에 속해야 하기에 1(북방 임수壬水)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하도의 수리에서 음양오행 근본원리의 본체인 무극이 0기토己土라면, 음양오행의 근본원리를 통으로 품고 알아차리는 태극은 5무토戊土로 볼 수 있습니다.
하도는 우주 만유의 설계도로 절대계의 근본원리를 보여줍니다. 1에서 10의 숫자가 시간이 흐르는 순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절대계는 시공을 초월하기에 하도의 수리는 절대계의 시간이 흐르는 모습을 나타내는 정보가 아닙니다. 불생불멸하는 절대계에서는 1~10수가 하나씩 나타나서 근본원리가 성립되는 게 아니라 시작도 끝도 없이 모든 게 동시(무시)에 완성되어있는 것이죠. 역설적이게도 하도에 드러나지 않은(드러낼 수 없는) <0>이야말로 모든 수의 근본이 됩니다. 이러한 논리에서 무극(0)과 태극(5)사이의 수가 벌어져 있어도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나뉘는 현상계의 제약된 편견으로 절대계의 수리를 판별할 때 논리의 오류가 생길 수 있죠.
하도를 삼극 사상과 연관 지으면 음양(홀짝)의 이분법으로 분류했던 수를 삼재(음·중·양)의 삼분법으로 다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음·중·양’을 둘로 나누면 ‘음양(2)’과 ‘중(1)’으로 나뉘듯 음양의 이원성을 전제하는 양수·음수는 네 개의 수(현상계의 이원성을 보이는 음수)가 배정되고, 음양을 통합시키는 중수는 세 개의 수(절대계의 통일성을 보이는 양수)가 배정됩니다. 또한 양수, 중수, 음수의 배정된 수를 각각 합하면 양수는 1+3+7+9=20, 중수는 0+5+10=15, 음수는 2+4+6+8=20이 되어 합산한 값의 비율이 배정된 수의 갯수와 같은 4:3:4가 나옵니다. 내용과 형식이 모두 같은 수리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죠.
한편 임의로 구분한 양수·중수·음수에서 중수 또한 홀짝(양음)의 원리 안에 있으므로 5戊는 양에 가까운 중, 10·0己는 음에 가까운 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음은 정靜적인 원리를 나타내는 절대계의 본체(무극), 양은 동動적인 원리를 나타내는 절대계의 작용(태극·황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같은 음양이라는 잣대도 ‘절대계 대 현상계’의 관점에서 수리의 형식(4·3·4)을 음양으로 나눠보면 양이 중심의 절대계, 음이 음양의 현상계를 뜻하고, ‘절대계 자체’의 관점에서 수리의 내용(0·5·10)을 음양으로 나눠보면 음이 더 중심 본체이고 양은 전체 작용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