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부터 언젠가 들었던 '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말이 마음에서 여러 차례 울리길래 찾아보았다.
임제록(臨濟錄)에 나오는 말로 '어느 곳이든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있으면 '어느 곳이든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
생각, 감정, 오감이라는 손님들에게 막연히 휘둘리지 않는다.
삶이라는 집에 생각, 감정, 오감의 손님들은 불쑥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지는데
집의 주인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으면 손님이 주인 행세하며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생각, 감정, 오감을 알아차리는 자가 진정한 집의 주인임을 투철히 깨달으면
그것들을 여유롭게 관찰하면서 날뛰고 행패를 부리는 불청객은 쫓아내고
재미와 도움, 행복을 주는 손님들과는 적절히 친하게 지내면서 살맛나는 집을 꾸려갈 수 있다.
반면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존재하는 나가 주인임을 망각하고 살아가면
무상하게 일어나고 사라지는 생각, 감정, 오감에 동화되어 이리저리 흔들리고 중심을 놓치게 된다.
주인의 경력 능력이 사라진 집에서는 불청객이 주인 행세하며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다.
늘 마음을 다 잡고 깨어서 알아차려야 각자가 자기 삶의 주인이라는 당연하지만 최고로 존엄한 권리를 당당히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