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한 Jul 06. 2023

명상과 잡념

명상을 하다보면 당연하게도 무수한 '잡념'이 떠오릅니다. 오히려 평소보다 잡념이 더 많아 보여서 내가 이렇게 산만했나 자책하기도 하죠. 그러면서 '나랑 명상은 안 맞나보다' 생각하고 명상을 기피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사실 명상을 하면 마음이 고요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잡념이 더 선명하게, 마치 확성기를 킨 것처럼 크게 느껴지는 거겠죠. 원래도 이 정도로, 이 이상으로 잡념을 많이 떠올렸을 테지만 그 사실을 한 발짝 떨어져서 메타인지하지 못했을 뿐일 것입니다.

그러니 명상할 때 잡념이 떠오르는 걸 겁낼 필요가 없죠. 그저 '잡념'과 '잡념을 바라보는 나'를 구분할 수 있으면 그 자체로 명상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오히려 잡념을 일으키는 미묘한 순간과 메커니즘을 알아차리고, 잡념을 다시 잠재워서 무념으로 돌이키는 힘을 실감하고 키워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요.

명상에서 잡념은 수행의 훌륭한 재료이자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잡념에 휩싸이고 끌려다녔다고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늘 지금 이 순간을 현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잡념을 알아차린 그 순간 다시, 잠깐이라도, 약하게나마 '오직 존재핱 뿐'인 명상 상태로 되돌아가면 그것으로 진일보하고 성장한 것이겠죠.

그렇게 명상을 하며 잡념과 거리를 두고 구분하는 한편, 다른 한편에서 잡념과 점점 친해지다보면 어느 순간 잡념은 단순히 잡념이라 치부할 수만은 없어지는, 인생에 꼭 필요한 영감과 아이디어, 양심 성찰의 필수 재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평상시 일상을 살아가면서 일으키는 잡념도 알아차리는 힘이 커질 것이고, 그에 따라 잡념을 경영하는 힘도 점점 키워져서 실수가 줄고 건강하고 생산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모두 즐겁고 치열한 명상하시길요.

매거진의 이전글 명상의 효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