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기 전날, 인사과와 한 얘기 이후로 내 욕바지의 양은 더더욱 심해졌다.
심지어, 본인이 나에게 전화해, 고객이 내가 쓴 모션을 매우 좋아했다면서 고맙다고 했던 모션에 대해, 나가는 날 전화해서는 내가 처음부터 잘 썼으면 마지막 순간에 자기가 이것저것 고칠일이 없었겠지라고 당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말을 했다.
"네 삶만 힘드냐? 내 삶은 더 힘들다. 우리 로펌에서 누가 너만큼 일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이 있냐? 네가 능력이 없으면 없다고 인정해라, 내가 당장 보고할 테니..." 뭐 이런 식의 감정적인 전화를 매일 아침 받아야 했다. 서류로만 재판을 진행하는 것과 다름없는, summary judgment motion을 24시간 내야 내라고 닦달을 했고 (보통 3년 넘게 진행된 이런 사건의 경우,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적어도 2주는 걸린다), 저녁 6시 반에 이메일을 해서는 오늘 밤까지 고쳐서 다시 보내라고 해 놓고는, 다른 백인 어쏘 변호사에게는 다음 날 오후 2시 전까지는 어차피 못 보니까 천천히 보내라는 이메일을 했다. 결국 새벽 2시에 시킨 대로 고친 서류를 보냈는데, 이메일을 확인 안 하고 내게 새벽부터 닦달하는 이메일을 보내자, 다른 어쏘 변호사가 대신 답변하며, 오늘 새벽에 보낸 거 못 봤냐는 이메일을 보내 주기도 했다. 하루는 나에게 Zoom 회의 시작 시간을 바꾸라는 4번째 이메일에, 내가 비서를 시켜도 되겠냐고 물었다가, 나는 그가 쉴 새 없이 소리 지르는 통에 그냥 귀를 닫아 버렸다.
그가 원하는 대로, 하나 끝나고 또 하나의 summary judgment motion을 밤새 쓰고, 목요일은 새벽 2시까지 일을 하다 집에 갔고, 그 후 금, 토, 일은 3일 내내 밤을 새웠고, 월요일 저녁 8시 반에 내가 Wallgreen에 운전하고 가서 박스 두 개의 양을 FedEx에 떨구고 나서 그 deadeline을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 화요일 아침 전화와 서는, 주말 내내 밤새서 썼던 서류들을 없었던 일로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했다. 원고 측 변호사에게 전화해서 좋은 말로 어르고 달래서 그렇게 하겠다는 동의를 구했다. 삽질은 아마 이런 때 쓰는 단어겠지?
그가 나쁜 사람이라기보다, 소송 변호사로서 많은 케이스를 감당하려다 보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그러려니 싶었다. 나 이외에도 그 사람 아래서 일하던 모든 어쏘 변호사는 우리 로펌을 떠났다. 버티고 싶었다, 내가 생각했던 5년 계획, 10년 계획에 대해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조금만 버티면 빛을 발할 거 같았다. 하지만, 그만두지 않고는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로펌 입장에서 보면, 내가 2~3명의 어쏘 몫을 해내 왔으니, 월급 아끼고 한 명이서 미친 수준의 billing hour를 찍어내니 꿩 먹고 알 먹고였을 것이다.
다행히, 오라는 곳이 생겼고, 한 달 정도 쉬었다, 월스트리트 로펌에서 새롭게 일하게 되었다. 월급도 50% 인상이 되었고, 심지어 맨해튼 월스트리트인데 이상하게 마음은 기쁘지가 않다. 아마도, 주체적인 결정이었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돼서 그런 거겠지.
이렇게 또 한 번 5년 만에 사표를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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