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발 운동을 했다
퇴근하고 발레하러 가는 날이다.
가방에 든 발레복과 발레슈즈를 다시 확인하고 회사를 나섰다. 오늘은 19가에 있는 스튜디오로 가는 날이라 서둘러야 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언제나처럼 시작은 30분의 준비운동이다. 거창한 동작이 아니다. 누워서 '숨 쉬는 법'을 다시 배운다.
들숨에 갈비뼈가 옆으로 벌어지는 것을 손끝으로 느끼고,
날숨에 복부를 납작하게 코르셋처럼 조이는 연습.
첫 수업 때 멋모르고 배를 불리는 복식호흡을 했다가 선생님을 당황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은 그 때 내가 성악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며 아직까지도 그 때 얘기를 하신다.
이어서 진행된 다리 찢기.
이 순간만큼은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다. 과감하고 자신 있게 다리를 뻗어 본다.
오늘 수업의 주제는 '발레리나의 발'이었다. 선생님은 발레에서 말하는 '좋은 발'이란 아치가 높고, 발목이 힘 있으면서도 유연한 '바나나형'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이어 보여주신 예시 사진 속 발바닥은 예상외로 크고 튼튼해 보였다. 가냘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의외였다.
선생님은 내 발을 보시더니 "발목은 유연하지만 힘이 없어 부상 위험이 있다"고 진단하셨다. '수스(Sus-sous)' 자세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던 게 단순히 감각 문제가 아니라, 발 자체의 근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테라밴드를 꺼내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만을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발가락을 당기고, 밀고, 포인(Pointe)을 만드는 과정. 처음에는 종아리가 쥐가 날 듯 당기고 발의 근육들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밴드로 배우는 발 강화 3단계]
1. 발가락 당기기 (Flex): 발가락을 몸 쪽으로 바짝 당긴 상태. 내 발가락은 유난히 작아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지만, 속 근육은 치열하게 일하고 있다.
2. 발가락 밀기: 발등은 여전히 당겨져 있지만, 발가락만 앞으로 살짝 민 상태. 이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게 가장 어려웠다.
3. 발 포인트 (Pointe): 발가락 끝까지 앞으로 길게 뻗은 상태. 발아치(Arch)가 가장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순간이다. 밴드는 가장 가늘고 팽팽하게 당겨져 발가락 끝에 집중된다.
문득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유명 발레리나의 발 사진이 떠올랐다. 울퉁불퉁하게 변형되고 굳은살이 박 박힌 그 발은 우아한 무대 뒤의 인고의 세월을 그대로 증명하고 있었다.
"다음 시간까지 발목 운동 열심히 해오기!" 선생님과의 약속을 뒤로하고 발레리나 마지막 인사를 하고 수업을 마쳤다. 스튜디오를 나서는데 뭔가 발걸음 (?) 이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