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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지난날의 상사들

상사가 되고 나서야 상사를 이해하게 되었다

by Jaden

매니저로 승진했다. 승진 후 회사가 진행하는 새 제품 개발 업무를 맡았다. 업무에 대한 배경을 보고 받았고 내가 제출한 진행 계획에 대해 사장실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전 직원을 회의실에 모아놓고 진행할 사업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9:00 AM --

하품하는 사람, 영혼 없는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는 사람, 커피를 마구 들이키는 사람 등 재각각 모습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저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질문 있으십니까?"

묵묵부답.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럼 추후 질문 있으신 분 메신저나 이메일 주시면 됩니다."

그 자리는 사업취지, 진행계획, 기대 목표수익 등을 공표하고 여러 부서들의 협조를 부탁하는 자리였고 일단은 내가 할 소임을 다했으니 직원들의 우울한 반응에 개의치 않았었다.


6개월 안에 상품이 출시되어야 했다. 사업을 크게 3단계로 나누어 진행하며 제일 먼저 자료조사에 1달을 투자했다. 190개 나라의 주식시장과 유가증권 거래 과정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와 특히 제 2 외국어 & 제 3 외국어 스킬까지 필요한 업무라 주니어 시니어 같은 연차를 막론하고 필요한 스킬을 가진 모든 직원이 참여하게 되었다.


직원들에게 준비한 보고서 양식을 나눠주고

각자 자료조사를 마친 후

양식대로 보고서를 작성해

다음 주 금요일 오후 5시까지

이메일로 제출해 달라고 했다.


모두에게 똑같은 업무&업무시간이 주어졌는데 다양한 반응을 볼 수 있었다.


꼼꼼한 자료조사로 나도 회사도 미쳐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발견해 들고 오는 사람

무난하게 마감날에 맞추어 정석인 답을 들고 오는 사람

사업과 전혀 상관없는 보고를 올리는 사람


마감날 아침에 자료조사를 시작하면서 업무가 너무 촉박하게 진행된다고 투덜 되는 사람

마감날 사무실에 찾아와 새 사업이 이해 안 되니 다시 설명해 달라고 하는 사람

마감시간을 넘겼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는 사람
이런 것은 왜 하는 거냐고 일주일 내내 불평하는 사람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들의 스타일은 다양하다.

주어진 시간 안에 업무를 완수하고, 윗사람에게 보고를 올리기 위해서 직원들 개개인의 성격에 맞추어

멘토링이든

코칭이든

스판서 같은 방식으로 직원들을 이끌어 주어야 할 때가 많다.



나는 어떤 부하직원이었던가?

지난 몇 년간 거쳐간 매니저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기 싫은 일은 하기 싫다고 말한 적도 있다.

아무 설명 없이 마감을 넘길 때도 있었던 거 같다.

늘어나는 업무량에 대한 불만을 '바쁘다'는 말로 빗대어 내비쳤던 적도 있다.

오분 지각한 날 상사에게 꾸중을 들으면 융통성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지난날 내가 했던 상사들에 대한 좋지 않은 말들... 똑같은 말들을.. 상사가 된 후 지금.. 직원들에게서 듣고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건지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건지 정답이 뭔지는 모르겠다. 이 자리에 서게 되니 자리에 맞게 행동하려는 내 모습이 보이고, 다만 지난날의 상사들도 지금 나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할 뿐이었을 거라는 이해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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