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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인사 부원에게 한 말실수

실수 하고 있는지 몰랐다

by Jaden

뉴욕에서 몇 년 일을 하다 한국으로 돌아간 지인 한 분에게서 뜬금없이 연락이 왔다.


지인: 지금 뉴욕인데 잠깐 얼굴이나 볼까?


한국으로 돌아가 여의도에 위치한 미국계 금융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잘 하고 있다는 마지막 소식을 들은지 4-5년이 지난 후였다. 반가웠다. 그는 못 본 몇 년 새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고 내년쯤 미국으로 이민을 올 생각인데 시찰 겸 혼자서 들렀다는 것이다.


이민???


그의 애기는 이랬다. 자신이 맡은 업무가 기대수익을 내지 못하자 회사에서는 과감하게 사업분야를 축소시키고 구성원을 다른 부서로 재배치시켰다. 새로운 업무는 그의 전공도 관심분야도 아니였고 인사부에 찾아가 관심 있는 업무로 다시 배치해달라고 부탁했다. 인사 부원은 엄숙하게 회사 방안에 따라 줄 것을 요구했고, 그 요구를 거부하자 회사는 그에게 관심을 끓었다. 자진퇴사가 유도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내년 쯤 가족을 데리고 이민 올 것을 결정했고 뉴욕에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했다.



직원은 인사 부원에게 솔직해도 되는 걸까?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 - 인사부는 회사를 위해 존재하며 그들의 첫 번째 임무는 회사를 보호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회사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소송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인사부는 직원들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직원과 인사부 사이 "일급비밀"이라는 명제 아래 오고 가는 정보들은 비밀로 유지되지 않는다. 내가 털어놓은 말들이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등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 판단되면 인사 부원은 회사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의 우선순위는 직원 한 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보호하는 것으로, 직원 한 명을 해고해서 회사가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강행할 것이다.


그런데 많은 직장인들 특히 신입들이 친절하게 다가오는 인사 부원을 멘토어로 착각하고 고해성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인사부원에게 회사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개인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직원 사적인 인생 애기도 털어 놓는다. 어머니가 아프시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빚을 졌다. 요즘 몸이 안 좋아 재활을 하고 있다 등등. 이런 부정적인 개인사를 회사와 공유하는 것은 회사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불리하게 만들고 승진 기회로부터 스스로 박탈시키는 행위다. 어떤 회사가 복잡한 개인사로 허덕이는 직원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고 싶어할까?


무엇보다,

인사 부원에게 절대 직속 상사, 회사 방침, 동료들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에 섞인 불평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내 경우 새 매니저와 잠깐 틀어진 후 인사 부원 면담 시간에 별 생각 없이 직속 상사에 대해 좋지 않게 애기한적 있다. 항상 상냥했던 27년 경력의 이탈리안계 인사부 매니저는 정색하며 내게 말조심하라고 경고했고 방금 내가 한 말은 안 들은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아무런 생각없이 내뱉는 말에서 인사 부원은 정보를 얻고 내가 어떤 직원이라는 정의를 내린다..


조직 생활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을 당하면 억울하고 감정이 격해져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이때 필요한 건 인사부 직원이 아니라 친구 또는 심리 상담사라는 것을 기억하고 인사부원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토로해 자신의 커리어에 해가 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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