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기본적인 처세술

다음번에 잘하면 돼

by Jaden

사장실에서 직접 관리하는 중요한 고객 중 한 명인 뉴욕 연방정부 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이 미국 경제지표를 분석한 상품 개발을 요청해왔고 그 업무를 맡게 되었다. 고객 요청에 따라 5개 지표를 상품화하는 것으로 평소에 수행하던 주 업무를 미루고 상품 개발에 집중했다. 고객과 미팅을 하고 온 사장님의 지시를 받아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건지 정확한 그림이 부재한 상태에서 주어진 일을 단계적으로 해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장님과 단 둘이 진행하는 첫 프로젝트인 만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최대한 신속하게 자료 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올려 1달 안에 상품이 출시되었다. 스스로 잘 해냈다고 생각했었다.


그 후 같은 고객으로부터 추가 상품 개발 요청이 들어왔다. 연이어 다른 금융기관에서 30여 종의 경제지표를 들고 와 비슷한 상품 개발을 요구했다. 자료조사만 1달 이상이 결렸고 제품 초안 개발 후 출시되기 전 테스팅만 3개월이 걸렸다. 회사 측에서도 기존의 상품과 상이한 상품개발에 신속하게.. 신속하게.. 를 외치며 일사처리로 진행하길 원했다. 이 일에 매달리면서 내 주 업무는 보다 말다 시피하게 됐고, 다른 부서 보조업무도 밀리기 시작하면서 그 부서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에게서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보조 업무는 오버타임까지 하며 업무 충당을 했고 못다 한 일은 집에 가져가기도 했었다.



과연 현명한 방법이었을까?



사장실과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내 직속 상사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에서 제외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직속 상사의 상사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직속 상사는 모르고 있었다는 의미다. 여기서 내가 간과했던 중요한 사실은:


사장님은 내 직속 상사에게 업무 보고를 할 필요가 없지만 부하직원인 나는 내 직속 상사에게 업무 보고 할 의무가 항상 있다는 것이다.



그랬다면 내 직속 상사는:



1) 오버타임까지 하며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직무 평가시 참고로 했을 것이다

2) 다른 부서 보조업무에 차질이 생겨 비난받을 때 내 보호막(protection)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추가 상품개발 요청을 진행하며 밀린 주 업무와 보조 업무에서 작은 실수가 터지기 시작했다. 보고를 받은 직속 상사는 화를 내며 내게 상황 설명을 요구했다. 그때 사장님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렸고, 직속 상사는 자신도 모르는 새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불쾌해했다.



나는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 하고 있었지만 나를 지지해 줄 직속 상사는 부재한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한다면:



1. 사장실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직접 전달받았다고 직속 상사에게 먼저 보고 할 것이다. 사장실에서 직속 상사에게 알렸듯 알리지 않았던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직속 상사에게 업무 보고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직속 상사가 묻지 않아도 중간 보고도 잊지 않고 시행할 것이며 커뮤니케이션 채널에서 내 직속 상사가 제외되지 않도록 챙길 것이다. 능동적인 보고를 하는 직속 상사가 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2.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내 업무량 처리를 도와줄 보조 인원을 붙여 달라고 사장단이나 직속 상사에게 요청할 것이다. 매니저로써 자질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후에 승진으로 이어질 좋은 전례를 만드는 것이다.



3. 보조 업무에 생긴 차질에 대해 직속 상사에게 먼저 알리고, 내 손과 발이 새 상품개발에 묶였다는 것을 다른 부서 매니저에게도 알리는 단체 미팅을 잡을 것이다. 다른 부서나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을 무시해서 생긴 업무 차질이 아님을 강조하고 내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그들의 협조를 요청할 것이다. 이 때 직속 상사가 내 보호막(protection)이 되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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