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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회사생활 방법

회사 고유 행동 코드 지키기

by Jaden


뉴욕에서도 많은 이들이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어 한다. 특히 뉴욕에 본사를 두고 여러 나라에 지사를 갖춘 글로벌 기업들의 전문 인력과 체계적인 시스템이 발산하는 브랜드 파워는 많은 인재들에게 매력적이다.


뉴욕에서 글로벌 금융기업에 일하는 동안 출근해서 내 role에 맞는 업무만 하면 되는 체계화된 일상을 보냈다. 5-10분 정도 지각하는 것에 대해 직속 상사나 인사 부원들이 일일이 체크하지 않았다. 그런데 업무 처리에 있어 회사 규정에 조그만 벗어나는 일을 하면 크게 책임을 물었다. 룰에 어긋나는 업무처리는 소송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문서 한 장 우편으로 보내는 것도 3명 이상의 담당자에게 승인을 받아야 하다 보니 업무 처리가 느렸다. 다들 내 업무만 처리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남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 회사 공식 행사 참여는 중요했고 핑계를 되고 빠지는 경우 승진이나 직무평가에 좋지 않게 작용했다. 3개월 분기마다 있는 회사 전체 회의 때마다 사라진 직원 수 만큼 처음 보는 얼굴이 생겼고 대부분 직원들은 겉치레식 인사말과 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사이즈가 작은 회사로 옮겨오면서 role과 상관없는 업무도 맡게 되었다. 포지션은 애널리스트인데 회사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일에 얽매 일 때가 많았다. 한 번은 회사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예기치 못한 공석이 나자 회사 인사부 직원이 내게 다음 사람을 구할 때까지 당분간 업무를 봐 달라고 부탁을 해 왔다. 당황스러웠다. 상품개발 업무에만 매달리다가 갑자기 회사 물품실에서 재고를 체크하고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는 업무를 3달간 하게 되었다.


어떤 형광팬 색을 주문해야 하나? 노랑 아님 핑크??

공책은 몇 권 주문해야 하지? 어떤 회사 공책으로 주문하지..

커피가 떨어진거 같은데 어떤 브랜드로 주문해야지?


하찮게 봤던 업무였는데 당시 심각한 고민을 했었다.


여기서는 실수를 하면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된다고 자상하게 애기해 주는 상사들을 만났다. 대신 아침 1분이라도 지각하면 사무실에 불려 가 꾸중을 들었다. 지각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업무 처리에 창의력을 요구했고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한 유연성을 허락했다. 내가 시작한 업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 이였다. 회사 행사에도 급한 사항이 있으면 설명하고 빠질 수 있었다.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해 주는 유연성도 보였다.



회사 사이즈를 막론하고 두 회사의 공통점은:


승진의 기회는 인간성이 좋은 사람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대부분 직원들도 자신의 상사로 성격이 좋은 사람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렇다 보니 내가 경험했던 대부분의 상사들은 자기 일은 잘 하지만, 아랫사람에게 업무 인수인계나 질문에 조리 있는 설명은 서툴렀다.



결론은 각 회사마다 고유한 행동 코드가 있다. 그 코드를 알아내 벗어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 정석이다. 1분 지각도 용납하지 못하는 회사에 다닌다면 1분 지각에 해고를 당할 수 있고, 회사 행사에 참여를 중요시하는 회사에 다닌다면 행사 참여 부재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처음에 내 기준으로 회사를 봐라 보았다. 1분 지각에 한마디 하는 상사가 인간답지 못하다 생각했고, 미소 뛴 얼굴로 정보를 캐러 다니는 인사 부원들을 이해할 수 없었으며, 무조건 최선만 다하는 인재를 해고시키는 회사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 퇴사를 고민했었다.


그런데 내가 할 일은:


회사 방침을 수행하는 매니저 지시를 따르는 것이고

회사의 존폐를 위해 임무를 다하는 인사 부원에게 개인적인 불평/사생활은 유출하지 않는 것이고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되 남의 업무에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었다

회사가 중시하는 행동 코드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말고

회사가 원하는 인재의 모습 (개성, 협력, 창의, 문제 해결 등)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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