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안만 현재에 있다

- 누가 나의 글에 영원히 살아 줄까

by 두아두



나의 불안만 현재에 있다





퇴근 후의 일과가 어느새 언니랑 대화하기가 되었다. 어제는 언니네 집 침대에 기대서, 오늘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대화를 나눈다. 주5일. 출근과 같은식으로 주에 5일 정도는 꼭 본다. 사람이 바뀌기 위해선 장소를 바꾸거나, 사람을 바꿔야 한다고 했는데, 언니와 몇십년을 함께하고 익숙한 장소에 가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의 생각의 깊이는 달을 등진 그림자처럼 길게 길게 늘어나 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사회에 속해있다가 속에 많은 것을 품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각자가 얻어온 삶의 이야기를 꺼내 함께 나눈다. 내가 하나를 꺼내고 언니가 하나를 꺼내 사용법을 소개하듯 말을 이어간다. 언니와 나의 대화는 비슷한듯 새롭다. 알고있는 상황인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깨달음을 주거나, 새롭다고 느껴 말하다보면 어느새 일맥상통하는 인생의 진리를 깨닫기도 한다.


언니는 나의 모든 말을 잘 받아 이해 시켜준다. 나는 억세고 질긴 삶의 공격을 제대로 씹어내지 못하고 삼키다 탈이난다. 그럴때 언니는, 소화제를 꺼내 스윽 건내듯 간결하고 정확한 처방을 내려준다. 언니라는 사람은 나보다 단단하다. 공격이 가해져도 생각보다 쉽게 균열이 생기지 않는다. 나도 언니처럼 단단해지기 위해 마음에 여러겹의 경험을 쌓아 탈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언니와 나는 산책을 자주 한다.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거리를 걷는다. 주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음료를 챙겨 어둠에 묻혀 걸어간다. 나는 무엇을 보면, 연상되는 생각을 던지고 언니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방금 저 자전거 봤어?” 라고 언니가 내게 묻고, 나는 횡단보도 끝 노래방을 보며 “아 그때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우리 노래방 갔을텐데” 라며 지나간 추억을 꺼낸다.


언니는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이 시선을 끌지 않으면 굳이 말을하지 않는다. 간혹 “하늘 좀봐.” 라고 말한 뒤 묵묵히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다. 나는 걸을때 주변을 살피지 않고 생각만 하며 걷기 때문에, 그냥 산책로를 걷다가도 “언니 그때 내가 말한 책 있잖아. 벌써 다 읽었어. 나도 빨리 글 적어야 하는데.” 라며 현재와 관련되지 않은 말을 꺼낸다.


옆에서 쉼없이 재잘거리는 나를 보며 언니는 어떻게 그리 고민과 말이 많냐며 나를 쳐다본다. 그 와중에도 생각하며 걷던 나는 깨달음을 얻은듯 “내가 생각이 자꾸 떠올라서 그걸 다 말하다보니 걱정이 끝이 없나봐. 언니는 생각을 계속 안해?” 라고 물었다. 그러자 언니는 계속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생각을 하지 말아봐. 과거랑 미래만 보고 생각하니까 현재가 불안한거야. 현재에 집중해봐.”


언니가 출근을 할 때 하루만 생각을 하지 말아보라고 했다. 그날 생각을 멈추니 노래의 모든 악기가 선명히 들리고, 사람들과도 덜 부딪히고, 출근길 시간이 더 길어졌다. 계단에서도 속으로 계단,계단을 외치며 눈을 떼지 않고 걸으니 계단이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계단을 내려갈 때 늘 불안했었다. 한발 한발 디디다 보면 어느새 디뎌야하는 계단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 어라? 하며 멈추곤 했다. 모든건 내가 현재를 집중하지 못해서 였다.


당장의 산책로에서도 생각을 멈추니 피부에 와닿는 바람의 결이 좋고 풀 냄새와 거리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엇갈리며 걷는 사람들이 옆 상대를 어찌 대하는지도 자세히 보였다. 촉각,후각,시각 모든게 예민하게, 그러나 기분좋게 느껴졌다. 언니는 늘 사람들에게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좋아.’ ‘오늘도 하늘이 예쁘네.’ 라고 자주 말해, 상대가 “너는 늘 좋은날이네” 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현재에 머물면 생생한 평화로움을 느끼는 날이 많아진다.


생각이 끝이 없다보니 다른 사람과 있었던 나쁜일들 까지도 계속해서 상기 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때 바늘에 비유한 글을 봤다. 바늘에 찔렸을때 바늘에 찔린만큼만 아파하면 된다고. 왜 찔렸는지, 왜 바늘은 거기에 있었는지, 왜 바늘은 아파하지 않고 그대론지. 이런 생각을 끊임 없이하면 예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은 쉽게 망가진다고. 이 글을 읽고 공감보다 피식 웃음이 났다. 결국 나는 불안을 씨앗으로 삼아 가슴에 묻고 생각으로 창작을 피워내고 있으니 말이다.


나의 불안만 현재에 있다. 하지만 나는 생각으로 인해 끝없이 불안하면서도 성장을 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처럼 생각이 나의 일부를 만들고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사람인지 확립이 되어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진다. 태생적으로 과도한 생각을 옵션으로 달고 태어났기에 나는 오늘도 생각을 하고 글을 적으며 나를 과거로 미래로 보내고 있다. 가끔 망가지지 않게 현재에 머물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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