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는 이를
껴안고 잠이 든다

- 누가 나의 글에 영원히 살아 줄까

by 두아두



사랑하지 않는 이를 껴안고 잠이 든다






뇌가 체했다. 수많은 생각들이 순서도 없이 쌓여 머리가 매우 답답하다. 오지 않는 숙면을 피해 생각들이 불면증과 친구를 먹어 자꾸만 새벽에 놀자고 한다. 나는 내 생각들을 들여다볼 용기가 없어 계속해서 폰을 손에 쥐고 티비를 끄지 못한다. 모든 빛과 소음이 사라지면 생각들이 몰려올 것이다. 잠깐, 무슨 생각이 찾아오길래 이리도 두려워하는 거지? 어차피 생각의 주인공은 나니까 다치지 않을 거야라고 마음을 먹지만 나의 용기는 불안이라는 주인공에 밀려 금세 조연이 되고 만다.


나의 불완전한 새벽에도 누군가 옆에 있다면 온전해진다. 누군가의 체취를 맡고 그 품에 안겨 눈을 감고 있으면, 어떠한 처방을 받은 듯 ‘오늘은 아프지 않을 거예요’ 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를 안고 있는 이의 두 팔이 생각과 불안을 막아준다. 어른이 되어도 어린아이 같다고 느끼는 건 이런 순간이다. 많은 시간 아무렇지 않게 홀로 지내면서, 잠드는 순간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듯 품을 찾을 때 말이다.


지금 내가 어린아이라면 엄마가 아닌 다른 이의 품에서 잠들 수 있을까? 일반적이라면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며 엄마의 품을 달라 떼를 쓸 것이다.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건 이런 순간이다. 나 또한 특정한 이가 아니면 상대를 안고 잠들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사랑하는 이만이 내가 안길 수 있고 나를 안아 줄 수 있다 여겼다. 하지만 당연한 건 없었다. 나의 자라난 몸짓처럼 내 세상도 점차 커지고 넓어지며 생각의 틀이 깨졌다.


나는 사랑이 아니어도 상대에게 안길 수 있다. 내 세상이 아직 좁던 시절, 상대를 내 좁은 틈에 억지로 끼워 넣고 나를 넓힐 생각은 하지 못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던. 사랑하니까 그를 안고, 사랑하니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사랑하니까. 사랑하니까. 하지만 꼭 사랑을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행동들이었다.


내가 애착 인형처럼 여기던 상대를 떠올려본다. 내 사랑이 형체를 갖는다면 분명 그의 잠든 얼굴을 닮았을 것이다. 보고 있노라면 미소가 삐죽삐죽 튀어나와 잠든 그를 해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내 사랑을 온전히 감당해 내야 했던 조금 탄 얼굴.


나는 이제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 의미를 자꾸 부여하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 의미를 찾고자 하는 나의 욕심만이 남는다. 상대를 안아준다. 그냥 두 팔로 꼬옥 안는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 상대가 나의 꿈도 가져가는 듯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오늘은 사랑하지 않는 이를 껴안고 잠이 든다.

keyword
이전 06화기억도 시간도 잃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