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따뜻하다는 게 믿어지니?

- 누가 나의 글에 영원히 살아 줄까

by 두아두


겨울이 따뜻하다는 게 믿어지니?






정체성을 과거에 두지 말고 행복을 미래에 두지 마. 영혼이 다쳐 현재가 희미한 사람을 보며 든 생각이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에게 입이 없는 것처럼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대신 눈짓으로 언어를 만들어 보냈다. 그런데 모르는 세계의 언어는 아무리 들어도 해석이 되지 않던데, 혹시 나의 말들이 다르게 번역되진 않았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괜찮아. 걔도 나를 오해하게 만들었잖아. 사람들은 같은 언어로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한다. 우리는 종종 오해를 한다. 그러니까 괜찮아.


따뜻한 계절이 오고 있다. 지금은 11월 초다. 겨울이 따뜻하다는 게 믿어지니? 사실 겨울은 따뜻한 계절이다. 내 몸집처럼 큰 겉옷이 따뜻해. 살짝 베어 무는 길거리의 붕어빵이 따뜻해. 서로의 시린 손을 잡아한 주머니에 넣은 손이 따뜻해. 추위에 대항하는 너의 눈짓이 따뜻해. 온통 따뜻한 것을 찾아다니는 계절. 이런 따뜻함은 어느 계절에서도 느낄 수 없다.


결국 난 누군가로 인해 계절이 따뜻해짐을 말한다. 그래 사랑을 하면 따뜻해. 상대에게 건네는 말이, 어루만지는 손길이, 집요하게 파고들어 나누는 사랑이. 사랑하는 순간에는 숨을 빼앗고 불어넣어주며 상대의 숨으로 내가 살아 있다. 따뜻함을 찾아 헤매는 계절. 아무도 나를 안아주지 않는다. 옆에 앉은 이가 아무리 가까워도 우리는 포옹을 나누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뜨겁게 안아주던 이가 떠오른다.


모두 내가 한 번의 사랑을 했다고 하면 난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의 감정이 상대적이라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감정을 논한다. 똑같은 말만 뱉는 그 사람들과 하루를 보내고 키스를 나눈다면 내가 사랑에 얼마나 충실한지 알게 될까? 아니야 모를 거야. 왜냐면 매 순간을 함께 한 그 사람도 몰랐으니까.


길들여진다는 것은 슬프다. 특정한 손길에 눈을 뜨고 움직이며 그 손끝에 매달려 춤을 추니까. 다른 사람들은 나를 춤추게 만들지 않는다. 신데렐라가 신고 춤을 추던 유리구두처럼 내 유리구두를 잃어버렸다. 사실 나는 신데렐라가 아니고 그 구두도 내 것이 아니었으며 발꿈치를 잘라 구두에 발을 넣던 신데렐라의 언니처럼 억지로 억지로 발 모양새를 맞춰 신어 왔다. 그래서 나는 그 구두밖에 신을 수 없는 나로 남았다. 나를 조각하여 슬프게 길들여진 내가 남았다.


이불을 끌어당겨 얼굴을 파묻는다. 섬유 유연제의 향이 얼굴에 씌인다. 눈물이 흐르는 걸 아무도 모르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나는 울지 않는다. 사실 우는 척을 한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닌데, 나인 척을 한다. 억지로 감정을 채워 그리워하는 것도 이젠 싫증이 난다. 경험 부족이야. 내일은 지금의 나에게 맞는 나를 찾아와야지. 사실은 춥다는 걸 아는 계절. 나는 두꺼운 패딩을 챙겨두고 추위를 피해 이불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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