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수 없는 감정은 분홍빛을 띤다

- 누가 나의 글에 영원히 살아줄까

by 두아두



숨길 수 없는 감정은 분홍빛을 띤다





터지는 슬픔에 울고 나면 내 얼굴은 퉁퉁 붓고 온 얼굴이 빨개지며 분홍빛이 된다. 숨길 수 없는 감정은 분홍빛을 띤다. 화가 나며 흥분을 할 때, 눈물이 나며 얼굴이 일그러질 때, 표정을 꾸밀 수 없어 당황할 때, 설레이는 상대로 인해 볼에 열이 오를 때. 나와 합의 없이 튀어나오는 감정의 색은 분홍색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홍은 사랑에 노출이 되는 수줍은 분홍이다. 이건 타인이 내 비치는 분홍 중 가장 순수한 빛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떠올리면 사랑은 분홍색 범벅이 되어있을 것만 같다. 향이라도 살짝 맡으면 달큰한 향이 날 것 같고, 언제나 사람의 체온 같은 36.5도를 유지하며 따스함을 줄 것만 같은 사랑. 아 간혹 39도를 넘기며 고열을 일으키는 사랑. 그 사랑이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열이 올라 밖으로 스며 나올 때 그 빛이 다른 어떤 분홍보다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


이런 사랑스러운 분홍이 나에게 그대로 보이는 존재도 있었다. 나의 햄스터 버터. 순수하며 작은 이 친구는 언제나 분홍빛이 밖으로 보였다. 분홍 코, 분홍 입, 분홍 손. 말랑말랑 작은 그 친구는 숨기는 것이 없기에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분홍이었다. 내가 손을 내밀면 그대로 나의 손에 달라붙어 자신의 작은 손으로 나를 잡고 꺼내 달라 말한다. 먹을 것이 필요하면 밥그릇 앞에 서서 그 분홍 코를 박고 있다. 말이 없어도 너무나 뻔하게 알 수 있는 그 순수한 행동들에 난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이 작은 친구처럼 단순히 사랑스러운 분홍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볼이 빨개지는 아이. 그는 얼굴이 잘 빨개진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주목을 받는다거나 조금의 당황스러움이 생기면 얼굴에 그대로 분홍빛이 새겨졌다. 수다스럽지 않고 행동이 크지 않은 그는, 사람들에게 가장 어른스러운 사람이었지만 나에겐 가장 아이 같은 사람이었다. 어른 같은 그의 아이 같은 분홍빛. 그런 그가 나에게 어른스럽게 행동하지 않을 때 나는 마음이 놓였다. 그가 애쓰지 않는 것 같아서.


언젠가 그가 붉어진 얼굴로 나를 빤히 볼 때가 있었다. 땀이 흘러 젖어든 앞머리 밑으로 살짝 찌푸린 눈이 내게서 떨어지지 않고 집중되며, 얼굴에 가득한 분홍빛이 너무나 설레어서, 나 또한 순간적으로 얼굴에 열이 올랐다. 그날이 지난 후부터 그가 나의 앞을 지나친다거나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자의 자리에 기대 있을 때도, 가끔 정면으로 마주쳐 고개를 살짝 숙일 때도 나는 온몸에 열이 오르며 부끄러운 감정이 일곤 했다. 그때부터 아니, 그 이전에도 그랬듯 그는 나에게 가장 큰 부끄러움을 주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나의 분홍은 진할까 연할까. 나의 부정적인 분홍은 혼탁한 색이 섞여 진심을 가려줬으면 하고, 설렘은 가장 맑은 빛으로 내 진심을 알려주면 좋겠다. 그리고 그에게 비치는 나의 분홍이 그로 인해 새겨진 빛이라는 걸 그가 알았으면 좋겠다. 그에게 내 감정은 숨길 수 없는 분홍빛을 띤다.

keyword
이전 03화책을 넘기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