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서울특별시가 운영하지만 서울이 아닌 경기도 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 당시 서울 한복판에서 놀이시설로 운영되던 창경원을 원래의 창경궁으로 복원하기 위해 이 시설이 과천으로 이전되었다. 그러면서 운영은 그대로 서울시가 하기 때문에 서울 아닌 곳에 서울대공원이 생긴 것이다.
서울대공원엔 서울랜드, 동물원, 식물원, 야구장, 국립현대미술관과천관, 캠핑장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는데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동물원이다.
서울대공원은 어마어마하게 넓어서 동물원이라기보다 큰 산림공원 구석구석에 동물이 살고 있는 느낌이다. 산을 끼고 있기 때문에 공원입구에서 리프트를 타고 경사진 산 위까지 올라간 다음 위쪽부터 아래까지 쭉 걸어오면서 동물들을 만났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9km 정도를 걸어 다녔다. 입구 오가는 길에 코끼리열차를 탔는데도 말이다.
에버랜드 동물원보다 면적이 훨씬 넓은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보니 입장료나 주차요금이 꽤 저렴한 편이다. 카드 할인 같은 게 없는 대신에 기본요금이 저렴하고 주차 요금은 카카오T 사전정산 하고 다둥이 할인받으니 단돈 3천 원! (요즘은 애가 둘만 되어도 다둥이로 인정받는다!) 편의시설이 조금 허술하고 부족해 보일 순 있는데 오히려 상업적인 분위기가 덜해서 좋았다. 조용하고.
이 드넓은 동물원에서 우리를 비롯해 각양각색의 부모, 아이 그리고 육아 모먼트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 가운데 웃겼던 두 가지.
"OO아, 빨리 와서 이것 좀 봐, 너 보여줄라고 온 거야, 제발 좀 와!!"
-그라데이션 분노 + 사자후의 환장 콜라보!
"**아, 개미는 집 앞 놀이터에도 많아, 동물을 봐, 동물을!!!"
- 한숨 나오고 속 터지고 공감 가는 그 마음!!
친구야, 그래. 누구는 귀하고 누구는 귀하지 않은 동물은 없지. 그래도... 여기까지 차 타고 관람료 내고 왔는데... 왜 흙바닥의 개미만 들여다보고 앉아있니…?!
입구에서 멀어질수록, 출구와 가까워질수록 아빠한테 들쳐 업히거나 한 손으로 들려나가는 애들이 많아진다. (절대 사랑스럽게 안기는 것 아님)
이쯤 되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주말 나들이인 걸까?!
과천 서울대공원이 문을 열었던 그 해, 신천리 살던 우리 가족과 인천 외할머니 이하 외가 식구들이 총출동해 시외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애를 업고 도시락과 돗자리를 한 보따리씩 짊어지고 오픈런을 했는데, 이곳에 이제 내 아이들과 함께 오다니! 감격과 동시에 만만하게 봤던 리프트가 너무 무서워서 두 다리가 후들후들- 풀려버린 동물원 나들이 되시겠다.
검색을 좀 해 보니… 개관일인 1984년 5월 1일에 무려 70만 명이 몰렸다고 한다. 개막식에는 전두환 대통령 내외도 참석했다. 이날 지각없는 일부 시민들은 홍학방사장 안까지 사진기를 들고 들어가 홍학을 놀라게 하는가 하면 돌고래의 재주를 구경하던 사람이 깡통을 돌고래에게 던져 조련사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비닐봉지, 컵라면 케이스, 빈 우유갑 등을 아무 데나 버려 쓰레기 더미를 만들었다.
며칠 후인 5일 어린이날엔 이보다 더 많은 100만 명이 몰렸는데(!) 대중교통이 불편했던 데다 본격적인 마이카시대에 이르렀던 시기라 주차장이 마치 거대한 자동차전시장 같았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로부터 3개월쯤 후에 나온 신문기사다. 아카이브를 훑다가 보게 됐는데 개원 3개월 만에 동물원의 동물들이 대거 폐사했다는 것. <찜통더위에 시달리던 남극펭귄 5마리 폐사>라는 소제목 아래 ‘수입한 지 60일 넘어 보상 못 받아... 외화만 낭비’라고 지적한 점이 놀랍다. 동물권이 아니라 자본의 논리가 앞섰던 것이다.
순수한 낭만과 야만이 공존하던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