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첫눈,

1월6일

by 우사기

#6

도쿄에 눈이 내렸다. 첫눈이다.

조금 내리다 말려나 했더니

웬일 발자국이 생길 만큼

눈 깜짝할 사이 쌓여버렸다.

안과를 가는 길에 조금 일찍 나와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도쿄스럽지 않아 보이는 곳이 없나,

사람이 다녀 간 흔적이 적인 곳이 없나,

틈새 풍경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었다.


4년 만이라 했다. 이토록 많은 눈은.

도쿄의 눈은 귀하디 귀한 것이라

마음껏 즐겨 주어야 한다.

미끄러지지 않으려

조심스레 천천히 걸으며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올려다봤다

땅 밑에 쌓인 눈을 내려다봤다를 반복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닫지 않은

가장자리를 따라 걸으며

소복이 쌓인 눈길 위에

뽀드득 발소리도 내어보고,

신난 강아지처럼 이리저리 헤매다

병원 예약 시간이 다 된 걸 보고는

그제서야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눈 내리는 날도 병원은 사람들이 많았다.

나의 눈 상태는 많이 호전되었고,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눈 내리는 날에 눈이 좋아졌다니 괜스레 기뻤다.

사실 시야만 뿌옇지 않아도 살 것 같다.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옅은 조명 사이의 도심 속 눈도 은근 운치 있어

돌아오는 길은 큰 도로를 따라 걸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어느 식당의 입구가

노천탕으로 들어가는 좁다란 길처럼 느껴져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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