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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Mar 18. 2021

도쿄 일상

연애이야기#3

창가에 빗물이 송송 맺혔던 어느 오후에 야마모토 상과 나는 또 연애 이야기로 흘러갔습니다. 이야기의 발단은 교토 사람들이었습니다. 교토 사람들은 말을 할 때 꼭 상대를 생각해서라며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하지 않고 둘러서 얘기하니 들을 때 그 속뜻을 잘 알아들어야 한다고요.


"그냥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면 좋은데 말이에요~  같은 일본 사람이라도 도쿄 사람인 나는 교토 사람들의 속내를 잘 모르겠어요" 야마모토 상이 말했습니다. "그러게요~ 사귀던 남자가 헤어질 때 [널 사랑하니까]라거나 [널 위해서 헤어진다]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요?" 내가 말했습니다. "그러니까요~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솔직히 말해주는 게 이쪽을 훨씬 위한 일인데.. 그렇게 둘러대는 핑계는 너무 싫어요"

야마모토 상이 한 톤 높여 말했습니다. "정말 그래요~ 남자가 헤어질 때 하는 말 중 너를 위해서, 너를 사랑하니까는정말 최악인 거 같아요!" 나도 살짝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근데.. 그것보다  최악이 있어요" 야마모토 상이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말을 이었습니다. "  뭐예요?" 내가 바로 다시 물었습니다. "사라지는 거요.. 갑자기 사라지는 !" 야마모토 상이  눈을 보며 말했습니다. "? 사라지는 거요? 어떻게요? 그런 경험 있어요?" 사라진다는 상황이 상상이 안된다는 목소리로 내가 물었습니다. ".. 있어요" 야마모토 상이 짧게 대답했습니다. "? 진짜요?? 어떻게요???" 나는 궁금해서 미칠  같은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어릴  사귀다 헤어진 남자 친구와 15년쯤만에 재회해서   정도 다시 사귀었지요. 어느  우리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어요. 나는 그날 역까지 남자 친구를 바려다 주었어요. 그런데 그날 이후부터 갑자기 사라졌죠. 연락도  되고, 그냥  그대로 사라진 거요"

그때의 일들이 다시 떠올랐는지 야마모토 상은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그날의 상황을 자세히 말해주었습니다. "그날 저녁으로 스튜를 먹었었어요. 그전  종일 끓여서  만든 비프스튜였지요. 내가 정성을 다해 끓인 스튜를 먹고 사라진 거예요. 내일  만날 것처럼 인사를 했는데 그다음부터 연락이...  "그녀는 살짝 찡그린 얼굴로 되뇌었지만,나의 웃음보는  순간  방에 터져버렸습니다. "말도  돼요~ 진짜 그렇게 사라지는 사람이 있다니...  그랬을까요?" 나는 간신히 웃음을 멈추고 다시 물었습니다. "모르죠..  그랬는지는.. 암튼, 남자랑 헤어질  남자가 어느   갑자기 사라지는  최악임에는 분명해요" 야마모토 상은 힘이 들어간 강한 어조로 내게 말했습니다. "정말   최악 맞네요" 나도 그것이 최악의 최악임에 동의했습니다.


"그것도 그런데 예전에 야마모토 상이 말한 것처럼 생각할 것이 있으니 혼자 있게 해 달라고 했다던..

그런 말을 하는 남자도  아닌  같아요."   예전에 야마모토 상이 자기 세계가 너무 분명한 남자는  아니라며, 예전에 함께 동거했던 남자 이야기를   적이 있습니다. 어느  저녁 갑자기 남자가 혼자 생각할 것이 있다고 집에서  나가있어 달라고 했다고요. 그래서 그때 야마모토 상은 한국으로 하면 PC 같은 데서 이틀 동안 머물렀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그때의 이야기가 떠올라 내가 말했습니다.

"... " " 남자가  남자예요. 갑자기 사라진 남자랑 동일 인물이요!" 야마모토 상이 반쯤 웃음을 참으며 말했습니다. "?? 같은 사람이에요??"  숨이 넘어갈  다시 웃음을 터트렸고 우리는 함께 한동안 기절할  웃었습니다. "사람은  변하나 봐요. 사랑은 변해도.. 뭔가 그런 분위기의 남자였어요" 야마모토 상이 말했습니다.

"그럼, 처음에 사귀었을 때는 어떻게 헤어졌어요?" 나는 갑자기  남자와 야마모토 상이 처음에는 어떻게 헤어졌는지가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그때도 비슷했어요. 어느  갑자기 전화로  집에 있고 싶은 만큼 있어도 된다고 하고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남자의 집에 내가 들어가 함께 살고있는 거였거든요." 야마모토 상이 옛날 일을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 그래서 그럼,  집에  이후로 혼자 있었어요? 그대로 헤어진 거예요??"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 재밌기도  나는 "약간 신난 어조로 다시 물었습니다. "금방 나가려고 했는데,  혼자 있어보니 은근 편하고 좋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혼자서 3개월 있었어요. 결국에는 본가로 돌아갔지만,  사이  남자와 마주친 적은 없었어요.  남자와는   마지막이었지요.. 근데  그러는지 이유는  물어봤어요" 야마모토 상은 조금 안정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랬군요..그래도 아무도 만나지 않은 것보다는 누군가와 이런 추억이 있는  훨씬 나은  같아요.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할 거리가 있으니까요" 위로인지 뭔지   없는 말로 마무리하면서도  이리 웃음이 나던지.. 나와 야마모토 상의 올라간 입꼬리는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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