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아주 오랜만에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기분전환이 될까 하고.
헤어스타일일 잡지를 보여주길래
몇 개 골랐더니 미용사는 알겠다며
자신 있게 쓱쓱 나의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나의 헤어스타일은
잡지의 사진 어디에도 없는 스타일이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나만의 경험인지는 몰라도 미용실에서는 늘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고르라 하고
똑같이 만들어 줄 것처럼
자신 있게 오케이를 하지만,
결과는 늘 미용사의 새로운 창작이었던 것 같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원했던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화가 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재택근무의 연속이고
두 석 달 참으면 또 대충 익숙해질 테니까.
문뜩 미용사와의 관계도
연애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마음에 쏙 들어 이 사람이라 생각하고
오랜 시간 다니다 보면 편하긴 너무 편한데
헤어스타일은 자꾸만 산으로 가고.
그래서 새로운 인연을 찾아
여러 미용실을 헤매고 다닌다.
운 좋게 예전 미용사 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
미용사를 만날 수도 있지만,
이 미용실 저 미용실 헤매다 몇 번의 실패를 맛보다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라 생각하며
다시 예전 미용사에게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렇게 돌아가면 미용사는 한눈에 알아본다.
다른 곳에 갔다 온 건지 아닌지.
그래서 더 신경 써서 잘 해주는 미용사라면
다시 관계 회복이 되어 충성 고객이 되는 거고.
그렇지 않다면 서먹서먹해져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애매한 상태가 되는 거고.
지금 나의 마음이
'새로운 미용실 찾기에 도전해볼까'와
'그래도 오래된 곳이 편하고 익숙하니까'의
중간 어디쯤을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