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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Aug 06. 2021

머리를 자르고,

끄적끄적

아주 오랜만에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기분전환이 될까 하고.

헤어스타일일 잡지를 보여주길래

몇 개 골랐더니 미용사는 알겠다며

자신 있게 쓱쓱 나의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나의 헤어스타일은

잡지의 사진 어디에도 없는 스타일이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나만의 경험인지는 몰라도 미용실에서는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고르라 하고

똑같이 만들어  것처럼 

자신 있게 오케이를 하지만,

결과는 늘 미용사의 새로운 창작이었던 것 같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원했던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화가 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재택근무의 연속이고

두 석 달 참으면 또 대충 익숙해질 테니까.

문뜩 미용사와의 관계도

연애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마음에 쏙 들어 이 사람이라 생각하고

오랜 시간 다니다 보면 편하긴 너무 편한데

헤어스타일은 자꾸만 산으로 가고.

그래서 새로운 인연을 찾아

여러 미용실을 헤매고 다닌다.

운 좋게 예전 미용사 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

미용사를 만날 수도 있지만,

이 미용실 저 미용실 헤매다 몇 번의 실패를 맛보다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라 생각하며

다시 예전 미용사에게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렇게 돌아가면 미용사는 한눈에 알아본다.

다른 곳에 갔다 온 건지 아닌지.

그래서 더 신경 써서 잘 해주는 미용사라면

다시 관계 회복이 되어 충성 고객이 되는 거고.

그렇지 않다면 서먹서먹해져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애매한 상태가 되는 거고.

지금 나의 마음이

'새로운 미용실 찾기에 도전해볼까'와

'그래도 오래된 곳이 편하고 익숙하니까'의

중간 어디쯤을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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