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사기 Sep 29. 2022

철길 앞 카페 가마쿠라,

일본 여행

#271

에노텐 철길 앞 자그마한 카페,

요리도코로[ヨリドコロ]에 들렀다.

이 카페는 에노텐 안에서

내려다보이는 모습이 아주 흥미롭다.

에노텐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기에

카페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에는

아마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카페를 보기 위해서는  

카페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고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온신경을 집중한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꿉놀이를 하는 듯한 모습이

얼마나 귀여워 보이던지 모르겠다.

카페는 아침과 점심시간으로 나뉘는데

아침은 7시에서 9시까지고

점심은 11시에서 6시까지다.

점심이 시작하는 시간이면

긴 줄이 이어지지만

늦은 오후를 잘 맞추면

여유로운 카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참,  카페 오른 편에 테라스 자리가 있던데

두 자석 있는 테라스 자리도

에노텐에서 보면 너무 귀엽다.

그렇게 늦은 시간을 잘 맞춰 간 나는

창가 자리를 혼자서 독차지할 수 있었다.

식사 메뉴의 메인은 구운 생산지만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건 바로 달걀덮밥이다.

달걀은 별도 주문인데  주문하면

 식사가 나오기 전에 달걀이 먼저 나온다.

달걀이 나오면 흰자와 노른자를 구분해서

미리 머랭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난 식사가 나올 때까지 딴짓을 하다

머랭 만들 시간을 살짝 놓쳤지만.

에노텐에서 카페 안의 사람들 풍경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렇게 열심히 만들어 두었어야 했다.

열심히 만든 머랭을 밥 위에 올린 뒤

노른자를 곱게 올려주어야

달걀 프라이를 올린 것처럼 예쁜 모습이 되지만,

아쉽게도 보기 좋게 노른자가 흘러내렸다.

여기에 살짝 달짝지근한 간장을 뿌려 먹는데

이게 심플하면서도 은근 맛이 좋다.

(요건 집에서 다시 만들어봐야겠다)

부드럽게 적당히 잘 구워져 나온 생선구이도

기대 이상으로 맛이 좋았다.

맛도 맛이지만 사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밥을 먹는 동안

창문 너머로 아니 창문을 사이에 두고

바로 눈앞에서 지나가는

에노텐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맛있는 생선을 먹을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에노텐 철길 앞에 앉아

생선구이를 먹을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니까.

밥을 먹은 뒤에는

해가 지는 바닷가를 바라보며

공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쉽게도 후지산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살짝 거칠어진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가 완전히 저물 때까지

바다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 하세데라[長谷寺]에서 가마쿠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