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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Mar 06. 2021

토요일 오후에

도쿄 일상


침대에서 미적거리다 아주 느린 아침을 먹고는
갑자기 글에 꽂혀서 여기저기 두서없이 써두었던
글들을 모조리 꺼내어 정리에 들어갔다.
나의 글 서랍은

거창하게 제목을 써둔 시작은 힘찼지만
중간에 방향성을 잃은 수많은 글들과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밋밋하고 비슷비슷한 일상의 글들이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었다.

먼저 주제별로 정리를 시작하기로 했다.
다음은 비슷한 종류별로 분류해서
버릴 것과 남길 것부터 정리하기로 했는데
가만히 글 정리를 하다 보니
마치 내팽개쳐둔 옷장 정리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옷장을 가득 메운

색깔만 다른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흰색, 회색, 검정의 무지 티셔츠 
그리고 
특별히 외출용으로 준비해두었지만 
몇 년 동안 손 한 번 안된 원피스들이 
얽히고설킨 느낌랄까..
어쩜 옷장 정리랑 이토록 딱 맞아떨어지는지
나도 모르게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이게 웃을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색깔만 다른 스트라이프 티셔츠 같은 글이라는 
표현은 왜 또 이리 입에 딱 달아 붙는지 
숨은 보물이라도 찾은 듯 신이 났다.

글 정리하다 다른 것에 꽂혔다 
글 정리하다 추억의 샛길로 빠졌다
그렇게 이것저것 흐트러 놓은 상태로 
아주 산만한 오후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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