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도쿄
자그마한 서점의 책꽂이에서 모르는 이들의 사진 속에서 가끔 나의 책을 발견합니다. 오늘도 문뜩 내 책의 글귀를 발견했습니다. 누군가의 시간 속에 잠시 머물다가는 나의 책, 책을 펼쳐준 그 누군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우사기의 아침시간, 이 책이 발간된 것은 2016년 봄이지만, 글을 쓴 건 2015년이었으니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샘이지요. 이 책은 내가 쓴 여섯 권의 책들 중 가장 많이 나스러움을 담고 있는 것 같아 다른 책들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잊고 지내다가도 오늘처럼 문뜩 누군가 내 책을 읊어주면 나도 모르고 그 글귀 속으로 그때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제대로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을 느낍니다. 좀 더 깊이 있고, 섬세하고, 솔직한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그러다 생각했습니다. 문뜩 어느 순간 도쿄를 떠나겠다는 결심이 확고하게 서면 그때는 도쿄와의 마지막을 글로 써야겠다고요.
제목은 [사요나라, 도쿄]. 사요나라<さよなら>라는 굿바이 인사에는 긴 이별이나 완전한 이별 같은 왠지 모를 애틋함이 묻어있어 좋습니다. 마지막이 주는 쓸쓸함과 외로움 그리고 아쉬움까지 모조리 담겨있는 것 같아서요. [사요나라, 도쿄]에는 내가 사랑했던 도쿄의 모든 것을 담아보고 싶습니다. 이 도시에서 내가 사랑했던 사람, 추억, 시간. 도쿄에서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 나의 크고 작은 성장. 소소했던 일상과 특별했던 날들. 버리고 갈 것과 가져갈 것 그리고 떠날 때 비로소 알게 된 것들.. 마지막은 그것이 무엇인지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긴 글을 마칠 때 즈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 같습니다. 만약 나의 일곱 번째 책이 세상에 나온다면 그것은 나와 도쿄의 마지막을 온전히 담은 에세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일곱 번째 책이라 말에 심장이 뛰는 걸 보니 아직 나의 열정이 바닥은 아닌 것 같아 다행입니다.
이건 여담인데, 신기한 게 요리에는 행복이 더 잘 묻어나고 글에는 우울이 더 잘 묻어나는 것 같아요. 행복할 때는 요리가 더 잘 되고, 그렇지 않을 때는 글이 더 잘 써지니까요. 요리와 글, 둘 다가 취미라면 행복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요리와 글을 번갈아 가며 즐길 수 있으니 그것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