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책
예쁜 말들이 가득 담긴 책은
책장을 뒤적이는 것만으로도
마음도 함께 예뻐지는 것 같습니다.
하나모리야스지[花森安治],
그의 아름다운 말들이 담긴 책들은
언제고 기분을 맑게 만들어줍니다.
존경하는 분께 가끔 듣는 조언을 참 좋아합니다.
늘 들을 수 있는 조언이 아니기에
가끔 그럴 기회가 있을 때면
온 신경을 집중해 마음에 새깁니다.
오늘 아침,
뜻밖의 조언이 메일로 도착했습니다.
몽글몽글 하얀 구름에 켜켜이 쌓은 것 같은 말들을
읽고 또 읽으며 보이지 않는 깊이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내 나름대로 그 깊이를 이해하고
답글을 보내었습니다.
진심으로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 행복합니다.
그 조언들이 참 예쁜 말들이어서 더 행복합니다.
일상에서도
예쁜 말이나 단어에 마음이 끌릴 때가 꽤 많습니다.
얼마 전 출장길에 받은 작가의 명함,
새하얀 명함 한가운데 세로로 쓰인 이름에
감동했었습니다.
이름으로 새겨진 한자가 아름답다는 생각은
처음이었거든요.
작가와 작품 그리고 그의 공간과 그의 이름,
순간 그 모든 것이 일치하는 것 같아
더 큰 감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 아오이 유의 결혼 소식 때
프러포즈를 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남편이 된 야마짱의 집에서 함께 지낸 다음날
아이카기[合鍵:복사한 집 열쇠 혹은 스페어 열쇠]를
건네며 (아오이 유가 부담스럽게 생각할까 봐서)
"깊은 뜻이 있는 건 아니고요.."라고 했더니,
아오이 유가 "깊은 뜻이 있어도 괜찮아요.."
라고 답했답니다.
그 순간 야마짱 가슴에 무언가가 울렸고,
그 찬스를 놓치지 않고 야마짱은 바로
" 저랑 결혼해보실래요?"라고 프러포즈를 했답니다.
물론 아오이 유의 대답은
간단명료한 "하이~" 였고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에게
아이카기[合鍵]는 아이카기[愛鍵]가 되었습니다.
같은 발음의 아이[사랑愛]로요.
말하자면 사랑의 열쇠인 거지요.
일본 영화에서 남녀가 사귀기 시작하면서
집 열쇠를 상대에게 건네는 장면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어쩜 그 순간부터가 서로를 신뢰하면서
진심으로 다가가는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집 열쇠를 건네준다는 건 아무에게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진정한 마음의 바람이 부는 순간이겠지요.
암튼,
그렇게 아이카기[合鍵]는 아이카기[愛鍵]가 되어
나에게 로망을 안겨주는
사랑스러운 단어가 되었습니다.
가끔,
아주 가끔 듣는 칭찬의 말 중에
스테키[素敵], 스테키나~[素敵な~]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만큼 기분 좋고, 또 힘이 되는 말이 없지요.
이 말은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스테키[素敵]라고 할까요..
멋진, 근사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뭔가 내 안에서는
한국어 느낌 그 이상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내가 들었을 때 기분 좋은 최고의 칭찬이고,
내가 상대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단어는
한국어의 멋진, 근사한처럼 물건에도 사용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사람에게 쓸 때
더 깊이가 느껴집니다.
오늘 아침의 조언 답글에
앞으로 더욱더 멋진 사람[素敵な人 스테키나히또]이 되겠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물론 스테키[素敵]라는 단어 속에는
단순히 멋짐이 아닌 여러 가지 의미가
깊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스스로에게도 다짐했습니다.
귀가의 울림이 예쁜 그 말처럼,
꼭 스테키나히또[素敵な人 멋진 사람]가
되겠다고요!
아, 하나모리야스지花森安治]는
아직도 발간되는 일본의 유명한 생활 잡지
생활의 수첩[쿠라시노테쵸暮らしの手帳]의
초기 편집자였습니다.
그리고 생활의 수첩의 창시자인
오하시시즈코[大橋鎮子]가 쓴
생활의 수첩에 연재했던 멋진 당신에게
[스테키나아나타니すてきなあなたに]라는
인기 에세이가 있습니다. 단행본으로도 나와있고요.
시대가 지나도 변함없이 마음을 흔드는
아주 멋진 제목이지요.
스테키나.. 멋진.. 아나타니.. 당신에게..
이 멋진 책은 다음번에 펼쳐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나모리야스지花森安治]와 오하시시즈코[大橋鎮子]의 생활의 수첩[쿠라시노테쵸暮らしの手帳]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토토네짱[とと姉ちゃん]도 너무 재미난데 것도 다음번으로 미뤄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