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도쿄 #25
에이잔 전철을 타고
조금 멀리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데마치야나기[出町柳]에 들렀다.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시간에
근처에서 가볍게 점심 먹을 곳을 찾다
우연히 책에서 찜 해 둔 식당을 만났다.
데마치로로로[出町ろろろ]
[로]라는 히라가나가 이토록 귀여웠다니.
[ろろろ] 히라가나도 그렇지만
다시 보니
[ロロロ] 가타카나도 참 귀여운 것 같다.
식당 입구에 새겨진
이름을 한참 들여다보며
새로운 걸 발견한 마냥 신이 났다.
요 며칠은 식사 시간에 맞춰
식당 예약을 해두는 게
왠지 어딘가에 발이 묶인 느낌이 들어
자유로운 일정으로 다니다
우연한 만나는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었다.
그래도 몇몇 식당은 찜 해두고 있었는데
그런 곳을 이렇게 우연히 만나다니,
그토록 반가울 수가 없었다.
예약을 안 한 대신
식사 시간에 제한이 있긴 했지만
무사히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젓가락 받침도 [ろ]
젓가락을 감싼 종이에도 [ろ]
특별 제작이 분명할 것이고,
이런 세심함이 너무 좋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식사 메뉴는 하나였고
그걸로 충분했다.
재료도 알차고 맛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입맛에 딱 떨어지는 게 양도 그렇게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아, 여기 밥은 토나베로 지은 밥인데
밥 한편에 살짝 누룽지를 올려준다.
물론 밥맛은 말이 필요 없고.
여행의 끝자락이다.
분명 짧지 않은 여행인데
끝이라 생각하니 또 아쉽다.
사요나라, 도쿄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