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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Oct 28. 2023

다카마츠 사누키우동2,

일본 소도시 여행,

두 번째 가게는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

우동집을 향해 달리는 길은

소도시 특유의 정취가 있어

창밖을 바라보며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 기분이 가득 차 올랐다.

가게는 2층짜리 건물을 두 개 묶은 듯

규모가 꽤 컸다.

낡은 선풍기가 있는 정겨운 풍경이

시골집을 찾은 것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손님은 우리뿐이었지만

테이블 수나 주방의 규모를 봐서는

손님이 많이 드는 곳임에 틀림없다.

이곳도 셀프 스타일

볼 때마다 놀라게 되는 뎀뿌라 가격.

어느새 셀프 스타일에도 익숙해져

기사님의 안내를 받기 전에

벽에 붙어 있는 메뉴를 보고

우리는 바로 주문에 들어갔다.

메뉴의 종류는 현란했지만

그래도 난 심플 우동이 좋다.

이번엔 쇼유우동.

무 즙과 미역을 올려진 차가운 우동면에

가겹게 간장을 뿌려 먹는 우동이다.

차가운 우동은 주방에서 전해주는 간장병을

따뜻한 우동은 면이 담긴 그릇을 받아

따뜻한 물에 행군 후 국물을 담아서.

다음은 쇼가, 튀김가루, 파 등의 양념을 더해서.

여긴 뎀뿌라가 아주 독특했다.

곤부(다시마)에 도후(두부),

살짝 달짝지근하면서도 깊은 맛이

다른 곳에서는 맛본 적 없는 독특한 맛이

한 접시 더 시키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

이번엔 기사님도 함께 했다.

이 가게의 신 메뉴가 있다고

본인도 먹어보고 싶었다며

그 메뉴로 주문했다.

우리는 각기 다른 우동을 주문해

한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았다.

여긴 면의 탱글거림도 간장의 깊이도

뎀뿌라까지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가케우동을 먹은 선배 언니도

치킨챠슈의 신메뉴를 먹은 기사님도

이곳의 우동맛은 인정했다.

우동 한 그릇을 말끔히 비우고 난 우리는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다

화장실로 이어진 좁다란 복도를 발견하곤

일제히 신발을 벗고 마룻바닥으로 올라갔다.

복도에서 화장실로 통하는 복도를 사이에 두고

오른 편엔 다다미 방들이

왼편엔 작은 정원이 펼쳐졌다.

방문이 활짝 열린 걸 보고는

기사님도 신기해하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우리도 그 뒤를 따랐다.

문이 활짝 열린 방에는

턴테이블에 고풍스러운 가구까지.

100년을 훌쩍 넘긴 역사를 가진 가게라는 걸

누군가 설명하지 않아도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그 시간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아, 여긴 카가와켄의 가장 오래된 우동집이다)


여기까지

우리의 의견은 일치했다.

가장 맛있고 우동집은 요쿠쿠라[ヨククラ]라고.

물론 꼭 다시 가고 싶은.

세 번째 가게는 큰 도로변에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에 메뉴 자판기가 있어

주문을 하고 식권을 들고 들어가

주방에 전해주면 된다.

슬슬 배가 불러온 나는

뎀뿌라에는 더 이상 손이 가질 않아

이번엔 자루우동만 먹어보기로 했다.

아, 물론 여기도 셀프 스타일.

여기는 그렇다 할만한 특징은 없었지만

면발은 도쿄에서 일반적으로 먹던 우동보다는

탱글탱글했고 맛도 괜찮았다.

(카가와켄에서는 어디를 가도 실패란 없는 듯)

마지막은 시코쿠무라뮤지엄에 있는 와라야.


여기서는 기사님도 선배 언니도 손을 들었다.

다들 더 이상은 못 먹겠다고.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혼자서 우동을 먹기로 했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카마아게우동.

특히 네다섯 명이 먹을 수 있는

가조쿠(가족)우동이 인긴데

돗쿠리에 담겨 나오는 츠유가 독특하다.

와라야는 식당 스타일,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고 테이블에 앉으면

주문한 메뉴를 가져다주는 식당이다.

여긴 관광지라 손님의 대부분은 관광객이었다.

혼자 온 손님보다는

여러 명이 함께 온 손님이 많았고

주문한 우동은 대부분이 가조쿠우동이었다.

사실 그게 볼륨감도 있고

사진을 찍기엔 더없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혼자 들어온 나는

붓카케로 만족하기로 했다.

참, 손님이 많다 보니

여긴 주문한 우동이 나오는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린다.

달걀을 넣지 않았지만

붓카케는 기대 이상으로 맛이 좋았다.

역시 소문처럼 면발이 탱클탱클.

다른 곳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싼 대신

면의 양도 다른 곳보다 많았다.

배가 불러 반도 못 먹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술술 잘 넘어갔다.

(신기하게 우동켄의 우동은 소화도 잘 되는 듯)

내가 우동을 먹는 동안

선배 언니는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우동을 다 먹은 후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카페에서는 커피향 대신 간장향이 느껴졌다.

신기했다.

타카마츠에서는 카페에서도

우동향기가 나는 것 같다.

(웃음)

우동향이 느껴지는 카페에서의 커피 타임.

선배 언니 곁에는

와라야의 오미야게 우동이 살포시 놓여 있었다.

선배 언니는 서울로 돌아가서

와라야의 우동을 만끽하게 되겠지만

아무튼 우린 같은 우동을 먹긴 먹는 거다.


이걸로 우리의 택시 투어도 끝이 났다.

물론,

우동 투어는 계속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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