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사랑이 뭘까[愛がなんだ]
영화는 보는 내내 사랑이란 게 도대체 뭘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나의 다름, 사랑하는 사람의 또 다른 사랑까지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사랑,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 것 같아 마음이 아린다.
이해가 되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는 상황들. 영화는 그 어디쯤에서 자신과 겹치는 순간을 발견하게 한다. 각기 다른 자기만의 사랑 방식들을 보며 그 게 꼭 행복하지 않다고도 단정할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 눈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의 슬픔 없이 오히려 담담히 그려낸 인물들이 긴 여운을 남기는 묘한 영화. 영화의 원작은 2003년 발표된 동명 소설로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와 이마이즈미 리키야[今泉力哉] 감독 특유의 은은한 웃음 코드가 돋보인다.
멜로우[mellow]
[mellow]라는 이름의 동네에서 가장 멋진 꽃 가게, 그리고 그 꽃 가게의 주인 독신 남자 나츠메. 그를 둘러싼 주위 사람들이 펼치는 잔잔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주인공 나츠메역의 타나카 케이, 타나카 케이는 약간 오버스러운 코믹 연기가 일품인데 소소한 일상 속에 녹아든 영화 속의 나츠메도 참 좋았다. 꽃을 사는 사람의 마음을 차곡차곡 담아내듯 꽃을 골라내는 손길도 따사롭고.
좋아하는 마음을 상대에게 전할 때의 마음 그리고 타이밍, 한 마디로 표현되지 않는 그 복잡한 마음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꼭 고백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상대를 위해서, 혹은 무언가를 위해서라고 말하는 것들 중에는 실은 나를 위해서나 내가 편하기 위한 핑계들이 더 많은 것은 아닌지를 생각하게 한다.
영화를 보며 한참을 웃었던 장면. 황당한 상황에 한참을 웃었지만 너무 공감 가는 장면이다. 부부나 연연처럼 연애의 상대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마음에 들어오게 된다면,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최선의 예의일까 또 상대에 대한 진짜 배려는 무엇일까...
언제나 그렇지만 손 편지로 전하는 고백은 왜 이리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아주 느릿하고 조심스럽게 전하는 진심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엔딩 장면도 참 예뻤다. 나츠메에게 예쁜 꽃다발을 선물 받은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진다.
거리 위에서[街の上で]
시모키타자와에서 펼쳐지는 젊은이들의 사랑, 우정, 독립영화 그리고 마을 이야기를 담은 소소한 영화 거리 위에서 [街の上で]. 한 템포 느린 것 같은 전개가 좋아서, 잔잔하지만 마음에 콕 와닿는 일상의 대사들이 좋아서, 자꾸만 다시 보게 된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묘한 관계도 흥미롭고 살짝 겉도는 듯한 느낌도 은근 매력적이다. 작지만 여러 이야기를 담아낸 것도, 역시 이마이즈미 리키야[今泉力哉] 감독 특유의 웃음 코드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시모키타자와인 것도 좋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시모키타자와는 요즘 어떨까 자꾸만 궁금해져 오랜만에 사진을 뒤적여보니 5년 전쯤 겨울날이 마지막이었다. 시모키자와 생각을 하니 오랜만에 한 번 들러보고 싶어졌다. 독립 영화를 촬영하던 카페에서 혼자서 책 읽는 장면을 따라 해 봐도 재밌을 것도 같고, 헌 책방과 헌 옷집을 들러봐도 왠지 즐거울 것 같다. 아아, 예전에 즐겨가던 앤티크 숍도 그대로 있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