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교토의 주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교토부청 구본관[京都府旧本館].
교토부청 구본관은 1904년 건축되어
1971년까지는 교토부청의 본관으로서의 역할을,
현재는 정보 센터와 회의실로 사용되고 있다.
건축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관공청 건물로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한다.
그곳 1층에 바로 시간이 멈춘 듯한 카페
[살롱 드 1904]가 있다.
카페 입구가 어딜까하고 건물을 한 바퀴 돌다
낡은 나무 간판 하나를 발견했다.
계단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오른쪽의 커다란 문 너머로
카페의 내부가 살짝 엿보였다.
카페는 이 건물의 특징인
하얀 벽과 빨간 카펫을 그대로 살리고
교토부청 시대에 사용되었던
테이블과 의자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시대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점심시간인데 웨이팅이 없나 했더니
그건 아니었다.
카페 옆에 대기실이 따로 있었다.
대기실에도
[살롱 드 1904]의 표지판이 있었지만
굳게 닫힌 문고리를 잡기까지는
작은 용기가 필요해 보였다.
나는 대기실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정원 산책을 하기로 했다.
사쿠라가 애를 태우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사쿠라 나무 아래서
소소한 하나미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 벤치에서 도시락을 먹는 사람은
이곳의 직원일 가능성이 높지만
짧은 점심시간의 하나미 풍경이
참 평온해 보였다.
빨간 카펫이 깔린 대기실은
중앙은 텅 비어있고
가장자리에 의자가 듬성듬성 놓여 있어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 카페의 부름을 기다렸다.
(마치 오디션을 앞둔 배우 지망생 기분으로)
십여 분 정도 기다렸을까
점원의 부름을 받고 드디어 카페 안으로.
빈자리 어디든 자유롭게 않으라는 말은
나를 한순간에 기쁨의 도가니로 빠트렸다.
그 말에 힘을 받은 나는
자그마한 2인용 테이블을 당당히 비켜나
창가 아래 4인용 자리에 앉았다.
이곳만의 손님에 대한 배려인 듯한
자리의 자유 선택권은
혼자인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선물 같았다.
(덕분에 한결 충만한 카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는)
[필요한 일이 있으면 종을 울려주세요! ]
라고 부드러운 미소의 점원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필요한 일이 없어도 흔들고 싶은 종이었고
꼭 흔들 수밖에 없는 종이었다.
교토의 타마고산도를
찾아온 여행은 아니었지만
이번 여행은 왠지 타마고산도가 많다.
(아, 갑자기 딴 집 타마고산도 이야기를
꺼내어 미안하지만 [더 우니르]의
푸딩 같은 타마고산도도 참 맛있었다)
[살롱 드 1904]는 1971년에 창업되어
헌재 시조[四条]역 근처에 본점을 둔
마에다 커피[前田珈琲]에서 운영하고 있다.
*살롱 드 1904*
영업시간 : 8시 ~ 17시
쉬는 날 : 일요일
주소 : 京都市上京区下立売通新町西入薮之内町
가는 길 : 마루타마치역 도보 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