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하늘이 참 예쁜 날이었다.
난젠지에서 향하는 철학의 길은
전날 내린 비로 유난히 쾌청했다.
우리는 간간이 음향 효과처럼 들려오는
휘파람새의 지저귐에 귀를 기울이며
아주 느린 걸음을 내디뎠다.
난젠지의 삼문에서 바라보던 풍경만큼이나
철학의 길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고즈넉하다.
철학의 길은 난젠지에서 긴카쿠지를 잇는
약 2Km에 걸친 산책로를 말하는데
교토대학 교수이자 철학자였던
니시다 키타로[西田幾太郎] 가
매일 아침 이 길을 산책하며
사색에 빠졌던 것을 유래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이 길을 걷다 보면
누구나 철학적인 사람이 될 것 같다.
이곳을 흐르는 운하는 비와코[琵琶湖]에서 끌어온
소수(발전 급수 운송 등을 위해 만든 수로)라고 한다.
근처를 흐르는 시라카와[白川]는
표고에 따라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소수는
남쪽으로 북쪽으로 흐른다고 한다.
우리는, 둘이서 나란히 걷기엔 조금 좁고
혼자 걷기엔 조금 여유로운 길을
나란히 걸었다 일렬로 걸었다를 반복했다.
수로에서는 잉어를 만나기도 하고
갑작스레 나타난 오리 형제에
흥분한 사람들 틈에 끼어
나도 모르게 오리를 쫓기도 했다.
길가엔 강렬한 향기의
이름 모를 꽃들이 가득했는데
이름을 나중에 알게 되긴 했지만
기억엔 향기만 남고
이름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철학의 길에서 발견한
유일하게 핑크빛이었던 사쿠라 나무.
만개가 애틋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이 나무 아래서
셔터를 눌러댔는지 모르겠다.
*그녀의 시선으로*
산책 중에 만난 갤러리
단아한 공간보다 멋스러운 그릇보다
더 탐났던 강가를 향해 있던 베란다.
그리고 그 베란다 한 편에 놓인 의자 둘.
*오늘의 귀여움*
난젠지에서 철학의 길로 향하는 도중에 만난
나란히 나란히 줄 세운 쓰레기봉투들.
*5월의 철학의 길*
https://m.blog.naver.com/usagi_tokyo/223108933905
*철학의 길 끝에서 우동 한 그릇 *
https://blog.naver.com/usagi_tokyo/223143746794
이번엔 점심시간의 딱 중간이라
웨이팅이 너무 길어 아쉽게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오멘.
** [나 홀로 교토2] 연재를 수(주1회)에서 수/금(주 2회)으로 변경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