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
난젠지[南禅寺]를 향할 때는
히가시야마역[東山駅]에 내려
헤이안 진구를 들렀다가도 좋지만
나는 게아게역[蹴上駅]에 내려
네지리만포[ねじりもんぽ]를 거친
난젠지까지의 산책길이 좋아
늘 그쪽을 택한다.
네지리만포는 메이지 시대에 완성된
길이 2m의 보행자용 터널로,
터널을 고어로 만포 [まんぽ]라고 한다.
네지리만포 위쪽에서 내려다보는
난젠지 쪽 풍경도 은근 운치 있다.
이쪽도 이른 아침 시간이 좋겠지만,
오전 시간만 되어도
큰 번잡함은 피할 수 있어 괜찮다.
네지리만포 위 쪽으로는 사쿠라 명소이기도 한
게아게 인클라인이 이어진다.
이곳도 히가시야마 역에서부터 올라와도 좋고
게아게 역에서 내려가도 좋다.
게아게 인클라인은
메이지 시대에 건설된 582m의 경사 철도를
형태 그대로 보존한 것으로
지금은 교토시의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봄이 되면 철길을 따라 걸으며
양쪽으로 늘어선 사쿠라를 만끽할 수 있다.
(나도 그렇고 싶었다는)
...........
그럼 다시 난젠지로 돌아와서.
난젠지의 산몽(삼문)을 들어서니
공기도 달라지는 것 같았다.
아직 날개를 펴지 못한 사쿠라가
삼문의 색채와 어우러져
오히려 은은한 빛깔을 자아냈다.
지난번에 포기했던 산몽 전망대를
드디어 올랐다.
(참, 계단은 훤히 뚫려있어
스커트를 입고서는 올라가기 힘들다)
살짝 차가운 마룻바닥에 발을 디디며
스릴 넘치는 급경사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올랐다.
그리 높이 올라온 것도 아닌데
드높은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룬
교토 시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아주 높은 곳에 올라온 것처럼
기분도 덩달아 올라갔다.
네지리만포에서 난젠지로 이어진
좁다란 산책로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전망대는 동쪽과 서쪽 느낌이 다르고
또 남쪽과 북쪽 느낌이 달라 한 바퀴 돌며
풍경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위쪽에서 내려다보니
난젠지의 내부도 한눈에 들어왔다.
푸르름이 가득한 날도 알록달록 물든 날도 좋지만
애타게 봄을 기다리는 순간도 나쁘지 않다.
수로각의 풍경도 그랬다.
초록이 가득했던 지난 5월과는
사뭇 다른 모습도
그 나름대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어떤 각도에 렌즈를 맞추어도
기대 이상의 풍경으로 답을 하는 수로각.
이번엔 그 웅장한 수로각의 위쪽으로
한 걸음 더 뻗어보기로 했다.
위쪽으로 오르자 깊숙한 곳에서부터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물소리에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머물렀다.
하늘은 화창하고
공기는 더없이 상쾌하고
부족함 없이 좋은 날이었다.
*그녀의 시선으로*
그녀의 시선으로 담은 수로각
*5월의 난젠지*
https://blog.naver.com/usagi_tokyo/223200894259
* 난젠지와 함께하기 좋은 코스: 게아게 인클라인, 헤이안 진구, 교세라 미술관, 철학의 길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