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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May 01. 2024

[교토맛집] 마치야에서 아침을,

교토여행

이른 아침의 한적한 기온 거리는

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좁다란 골목길을 타박타박 걸으며

마치야를 기웃거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다.

이미 목까지 차올랐던

내 마음의 봄과는 다르게

아침 바람이 꽤나 쌀쌀했던 날,

우리는 아침 카페를 향해

기온의 좁다란 골목길을

그렇게 타박타박 걸었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더니

골목 양쪽으로 이어진 마츠야들 사이로

기다랗게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얼마 만의 교토 맑음인지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들어낸 것만으로

감사한 아침이다.

발걸음은 어느새 아침 카페에 다다르고.


[로지우사기]

손으로 만든 자그마한 간판,

그 위로 흘러가는 하얀 글씨가 예쁘다.

시골 할머니 댁이라기보다는

시골 이모 댁에 온 느낌이랄까.

카페 곳곳에 진열된 크고 작은 소품들은

카페를 위해 어딘가에서 데려온 것이 아닌

오랜 시간 일상용품으로서의 기능을 했던

(혹은 하고 있는)  아이들 같아 더 사랑스럽다.

마치야의 매력은 중정,

중정으로 나가는 미닫이문이

아래쪽은 유리로 되어 있어

다다미 방에 앉아 중정을 즐길 수 있다.


*京町家[교마치야] : 1950년 이전 교토[京都] 시내에 지어진 町屋[마치야: 상가]를 포함한 목조가옥을 말한다. 19070년대의 민가 붐으로 만들어진 신조어로 에도시대에는 없었던 단어다.

곱게 꾸며진 중정은 아니지만

시간과 일상이 묻어나는

있는 그대로의 중정은

오히려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다다미방의 오시이레를 터서 만든 서가에는

일상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일본의 다다미방에는

한 쪽 벽에 오시이레(벽장/수납장)가 있다.

보통은 후통(이불)이나 옷  

그리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보관하지만,

이곳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에서도

오시이레를 침실처럼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얼마 전엔 은퇴한 아빠의 서재로

사용하는 곳이 소개된 걸 봤는데

은근 센스 있게 꾸며진 서재가

멋스러워 기억에 오래 남았다.

따끈따끈한 호지차,

그래 바로 이게 일상의 오차다.


여담 하나,

이곳의 이름은 [로지우사기]로

로지는 골목을 뜻하고 우사기는 토끼다.

일본에서는 우사기를

상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사기는 뒷발이 길어 후진을 못하고

앞으로만 나아간다고 해서

사업번창의 뜻이 있다고 한다.

나의 닉네임은 그런 의미에서 지은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우사기라는 이름만으로도 무한한 애정이 돋는다.

식사는 누군가가 귀가에

[이것이 일본의 일상의 아침입니다]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은

그런 딱 떨어지는 일본의 아침상이었다.

주문에서부터 식사가 나올 때까지  

20분가량 소요된다며

미리 양해를 구하셨는데

정말 갓 만들어낸 정성 가득한 밥상이다.

적당히 부드럽게 잘 구워진 샤케,

그래도 샤케나 달걀말이 간단한 야채 조림은

익숙한 반찬들이지만 이곳의 돈지루는 조금 달랐다.

집집마다 된장찌개의 맛이 조금씩 다르 거나

그 집의 개성이 담겨있는 것처럼

이곳의 돈지루도 자기 색깔이 뚜렷했다.

일반적인 돈지루에는

야채나 고기가 조금 큼직하게 들어가는데

여긴 모두 잘게 썰어져 있어

건더기 따로 국물 따로 먹는 느낌보다는

건더기가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걸쭉하고

깊은 맛을 내는 그런 돈지루였다.

맛은 물론 말이 필요 없다.


우리는 소박하면서도 따사로운  

아침 식사에 감동했고

이곳에서의 시간에 만족했고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을 남겼다.

(이걸로 전날 아침 식사의 실패를 만회했다는)


**로지우사기**

주소 :京都府京都市東山区下柳町176

가는 길 : 기온시죠역 도보 3분

영업 시간 : 8:00〜11:00/12:00〜17:00

휴일 : 부정기적

*어느 호텔의 조식*

예상을 살짝 빗나간 전날의 아침상.

그래도 함께한 시간이 좋았으니까

이것도 소중한 추억으로.

*그날의 카모가와*

비 내린 다음 날의 카모가와

사쿠라는 아직아직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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