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카페,
벼르고 벼르던 그 카페를
드디어 찾았다.
이름 앞에 애써 [The]를 더하고
특별함으로 가득 채운 우니르를.
어쩜 니넨자카에서 내려왔다면
좀 더 쉽게 찾았을지도 모르겠지만,
히야시야마에서부터 거슬러온 우리는
몇 번의 언덕을 넘고 넘어
미로 같은 골목길 귀퉁이에서
다소곳이 모습을 들어낸
우니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코다이지 근처 니넨자카에 위치한 이곳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교토시 지정 전통적 건축물]에
모던함을 더해 다른 우니르 매장과
차이를 둔 특별한 곳이다.
1층은 커피 판매와 주문을 할 수 있는 카운터,
자그마한 중정 너머에는
스페셜 바 공간이 이어지고
모퉁이의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비로소 카페 공간이 나온다.
번호가 세계 진 꽃병이 번호표를 대신했다.
호출 알림이 없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평온을 주는 것 같다.
번호표를 대신한 꽃병은 번호에 따라
색깔이 달랐고 그래서 더 예뻐 보였다.
중정을 따라 정원을 바라볼 수 있도록
카운터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우리는 운 좋게 아주 멋진 자리를 차지했다.
(비 내리는 날이 더 사랑스러운 자리를)
라테와 가벼운 간식 느낌으로 주문한 타마고산도.
푸딩처럼 아니 푸딩보다 더 부드러운
한 입에 넣기엔 조금 크고
두 입으로 나누기엔 조금 작은
타마고산도를 먹으며,
우리는 음악 대신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즐겼다.
*그녀의 시선으로*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머물러도
바라보는 풍경은 묘하게 다르다.
나보다 먼저 교토를 떠나며
아쉬움 가득 보내준 그녀의 사진들은
또 다른 추억이 되어주고.
*그리움*
도쿄 집 근처에 우니르가 있었다.
때로는 휴일의 모닝 카페로
때로는 퇴근길 참새 방앗간으로
때로는 집에서,
그렇게 나의 일상의 한 부분이었던 카페였다.
어느 날 폐점 소식에 마지막 라테를 사며
한없이 아쉬워하던 내게
점원은 교토에서 만날 수 있다고
살짝 귀띔해 주었다.
그 희망적인 말이 얼마나 고맙던지.
우니르는 나에게
도쿄의 일상을 불러일으킨다.
(교토에서 도쿄의 그리움을 달래며)
[The Unir]
주소 : 京都府京都市東山区桝屋町363-6
영업시간 : 11:00-18:00
쉬는 날 : 수요일/제3목요일
함께 하기 좋은 코스 : 니넨자카/키요미즈테라/코다이지/네네노미치
https://blog.naver.com/usagi_tokyo/223170762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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