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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May 08. 2024

[교토카페] 비밀의 숲으로 모안,

교토 여행

구글맵만 쫓아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다

문뜩 뒤로 고개를 돌렸더니

저 멀리 [大]가 쓰인 다이몬지야마[大文字山]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매년 8월 16일 밤이 되면

오쿠리비[送り火]가 이루어진다.

                                                                                   사진 출처 : wikipedia

오쿠리비는 [大]자에 불을 지펴

선조의 영혼을 잘 돌려보낸다는 의미의

전통 행사를 말한다.

교토에는 고잔노오쿠리비(五山の送り火)

다섯 산의 오쿠리비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다이몬지야마다.


아직 여름의 교토는 엄두가 나지 않지만

(교토의 무더위는 일본에서도 손꼽는다)

눈앞에 다이몬지야마를 두고 있으니

마음이 살짝 흔들린다.

오르막을 다 오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급 경사의 오르막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우리는 눈만 마주치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웃기 시작했다.

카페라 생각했던 막다른 길의 건물은

일반 주택이었고,

우리는 그 막다른 오르막길 끝자락에서야

비밀의 숲으로 들어가는 작은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 문을 들어서

오른쪽으로 한번 왼쪽으로 한번 꺾으니

그제야 진짜 숲이 펼쳐졌다.

우리는 마치 보물 찾기라도 하듯

숲길을 따라 걷고 또 걸었고

다시 숨이 가파질 때 즈음에서야

비로소 카페를 만날 수 있었다.

온통 숲으로 둘러싸인 카페는

예상보다 훨씬 적막하고 고요했다.

이세계의 정취랄까

한순간에 숲의 문을 들어서기 이전 시간을  

까맣게 지워버렸다.

사쿠라의 개화도 만개도 무관한 이곳은,

개화 시기를 보기 좋게 놓친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1층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목조 건물의 2층으로 들어서자

그제야 따사로운 카페 공간이 펼쳐졌다.

카페의 구조는 심플했고

그래서 오히려 창 너머의 초록들이

더 압도적으로 다가왔고

그대로 숲의 중심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실내인데도 숲의 공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정상에서 맛보는 휴식처럼.

우리는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잔잔히 모안에서의 시간을 즐겼다.

카페는 다이몬지야마가 보이는 카운터 자리와

숲 안쪽을 향한 테이블 자리로 나누어져 있다.

다이몬지야마가 보이는 카운터 자리도 좋지만

뒤쪽에서 카운터 자리를 한눈에 들여다보며

그 너머로 다이몬지야마를 즐기는 것도 괜찮았다.

돌아오는 길은 오는 길과 다른 길을 택했다.

처음엔 꽤 정리된 길이라 편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올라오는 길보다 더 좁고

험난한 내리막길을 따라 걸어야 했지만,

대신 아무도 없는 숲길을 걸으며

원 없이 다이몬지야마를 즐길 수 있었다.

그 틈새로 우리의 웃음은 끊이질 않았고

또 그렇게 새로운 추억을 하나 쌓았다.

운동화와 체력 소모를 필수로 하지만

모안은 그럴 가치가 충분한 곳이었다.

*그녀의 시선으로*

코로 바람을 들이키면

아직도 그 숲의 그 카페의 공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맛차 내리는 풍경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그녀의 반짝이는 눈을 떠올리며.


**모안**

모안은 이벤트가 많으며 예약이 필수라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홈페이지 : https://www.mo-an.com

함께하면 좋은 코스 : 철학의 길, 은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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