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사기 Jun 13. 2024

떠나는상상은/오늘의집밥,

일상 기록

떠나는 상상은,


요 며칠 간의 떠나는 상상이

티켓팅 완료로 이젠 현실이 되었다.

결국 나는 다시 또 교토다.

왜 또 교토냐고 묻는다면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좋으니까.

떠나기 전 설렘도

홀로 거니는 시간도

다녀와서 곱씹는 추억까지

모두 다 좋으니까.

아직 망쳐버린 하나미 여행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봄날의 추억과 초여름의 추억이

적당히 포개어지는 것도

뭐 그리 나쁘지 않다.


이번에도 여행 속 여행을 하나 넣기로 했다.

시가현의 비와코(비와호)도 좋고

신칸센을 타고 나고야를  향해도 좋고,

아아 신칸센에서 먹는 에끼벤도 너무 그립다.

역시

여행은 티켓팅 직후가 가장 행복한 것 같다.




인절미 빙수,


아이스크림의 계절이 돌아왔다.

작년에 즐겨 먹던 인절미 빙수가

올해는 녹차가 빠진 대신

아담한 사이즈로 변신했다.

맛은 그대로인가 했는데

가물거리는 기억으로는

작년보다 조금 더 달콤하고 맛있어진 것 같다.

빙수에서 빠진 녹차를 대신해

따뜻한 맛차와 함께해도 잘 어울릴 것 같지만

오늘은 그냥 아무 곁들임 없이

그대로 먹기로 했다.

역시 처음은 본연에 맛을 즐겨주는 게 예의니까.

그렇게  달달한 아이가 기분을 올려주는

토요일 오후였다.




빵의 두께,


어느 날 동네 빵집에서 바게트를 샀다.

그리고 커팅을 부탁했다.

아주 얇고 얇은 바게트가 되었다.

다시 동네 빵집에서 바게트를 샀다.

그리고 두껍게 커팅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번엔 통나무가 되었다.

내가 원하는 건

그저 두께 약 1.5cm의 고운 사선 커팅.

(다음번엔 확실한 의사 전달을!)


나는 통나무가 된 바게트로

프렌치토스트를 구웠다.

어쩔 수 없는 통나무 두께라면

사선이 아니었음 더 좋을 뻔했다.

뭐 그래도 다행히

가장 중요한 맛은 괜찮았다.




소소한 즐거움,


식물과 교감한다는 것은

그리 단순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그 즐거움을 알아가는 요즘이다.

시네리아는 한 번의 큰 고비를 잘 이겨내고

지금은 파릇파릇 새 잎들이 다시 돋아났다.

작은 변화에도 아주 민감한 아이에게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방심하기엔 일러

매일매일의 관찰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지금처럼만

무럭무럭 곱게 자라주길 바라며.




맥주 생각,


바쁘게 하루를 마치고

밤 샤워를 끝내고 나오니

시원한 맥주 생각이 난다.

맥주 생각이 난다는 건

꼭 마시고 싶다는 건 아니고

조금 맥주 기분을 내고픈 뭐 그런 기분이랄까.


이 밤 맥주는 없고

맥주 하니 문뜩 여행 때 생각이 난다.

고베에서도 그런 밤이 있었다.

논알코올 맥주와 카키노타네로

맥주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던.

샤워를 마치고 모든 준비를 완료한 후

캔을 오픈하는 순간,

입가에 곱게 묻어줘야 할 하얀 거품이

순식간에 끝없이 샘솟더니

어떻게 손을 쓸 틈도 없이

바닥으로 넓고 넓게 퍼져갔다.

왜 한 번 넘친 거품은 멈추질 않는 걸까...

그날 밤은 결국 반쯤 남은 맥주보다

오랜만에 먹는 카키노타네가

너무 바삭거리고 맛있어

손이 멈추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무슨 말을 하려다

샛길로 빠졌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맥주를 마시고 싶지는 않지만

맥주 기분은 내고 싶은 그런 밤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잠이 오지 않는 밤.




오늘의 집밥,


오늘은 귀찮은 날의 집밥에

부지런을 조금 떤 상차림이 있었다.


국도 없고 반찬은 후리카케에

낫또와 참치가 거의 전부지만,

오랜만에 자그마한 꽃 물컵을 꺼내어

더 더 자그마한 얼음을 하나 띄운 후

옅게 우린 보리차를 더했다.

두세 모금 마시면 끝나는 사이즈니

이런 작은 컵을 사용할 땐

꼭 포트를 곁들여줘야 한다.

포트에 시원한 보리차를 가득 담아

조금씩 따라 먹어야 부족함이 없으니까.

일본에 가져갈 오미야게로

오설록 티를 골랐다.

주문할 땐 작은 사이즈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크기는 좀 더 컸지만

쇼핑백도 함께 들어있고

전체적인 느낌도 따뜻하고 깔끔해

한국의 오미야게로 꽤 괜찮은 것 같다.

잘 고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일욜 일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