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여행
곧 비의 계절로 접어드는 교토지만
도착해서 처음 마주한 하늘은
예상보다 파랗고 맑았다.
여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오후의 카모가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순간이다.
밤 커피를 마시러 간 로쿠요사는
이미 손님들로 가득했다.
살짝 엿보기만 했지만
자그마한 가게 안의 분위기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내일의 늦은 오후가 될지
모레의 깊은 밤이 될진 모르겠지만
다시 가기로 했다.
좋다.
혼자라 좋고
교토라 더 좋고,
다 좋다.
까마귀 알림에 눈을 떴다.
마치 신주쿠의 밤거리에서
술 취해 잠이 들었다 눈을 뜬 것처럼.
이른 아침의 카모가와를 보고 싶어
번화한 곳으로 호텔을 정했는데,
이건 완전한 예상 밖의 일이다.
까마귀 울음소리에 엉킨
술 취한 사람들의 목소리도
간간이 들려왔다.
시계를 확인하니 4시가 조금 넘었다.
교토의 일출 시간은 4시 43분.
나는 더 이상 잠자는 것을 포기하고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거리 곳곳엔 밤새 술을 마시고
첫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너씩 무리를 지어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치우며 지나갔고,
그 위로 까마귀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온 힘껏 위로 아래로 비행쇼를 하듯
날았다 앉았다 울었다 멈췄다를 반복했다.
카모가와의 까마귀는
내가 그리는 교토 풍경 그 어디에도 없었는데...
나는 카모가와에서의 아침 산책을 접은 후
기온으로 향했다.
사람 없는 기온의 풍경이 낯설었지만
텅 빈 거리를 홀로 걷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발걸음은 기온을 지나 니넨자카로 향했다.
사람들로 가득 찬 거리에선
상상도 못했던 루트를
혼자서 그렇게 타박타박 걸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도 없는 니넨자카와 만났다.
엄밀히 말하면 아무도 없지는 않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일찍 나온 몇몇 사람들이 있었고
우리는 사이좋게 서로에게 양보해가며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사진들을 담았다.
야사카의 탑을 담기 위해서는
작은 인내가 필요했다.
끝없이 춤을 추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담는 남편,
좁은 골목을 스포츠카를 타고 나타나
차에서 내린 후 풍경 안의 차를 담던 남자,
각양각색의 포즈로 수많은 독사진을 찍은 후
나에게도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살며시 미소 짓던 커플까지.
우리는 서로의 행복한 모습을 나누며
그렇게 새벽 다섯시 반의 교토를 즐겼다.
새벽 다섯시 반 나의 교토는
까마귀들의 울음은 모두 사라지고
어느새 휘파람새의 지저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 여행에도 여행 속 여행이 있었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바다와 함께한
여행 속의 또 다른 휴식.
그 바다에서 카모메를 만났다.
카모메 식당을 잠시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셔터를.
확대하면,
가장 이상적인 자세로 비행 중인 카모메.
하늘로 올라간 카모메를 향해
또다시 셔터를.
날개를 쭉 뻗어 가장 예쁜 자세로,
너의 이름은 카모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