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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사기 Jun 27. 2024

돌아오는날은/그릇과수국,

교토 여행

소소한 즐거움 


색감이 너무 예뻐 데려온 기린 맥주와

콤비니 가면 잊지 않고 챙기는 안닌도후.

자그마한 냉장고에 나란히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교토든 도쿄든 일본에 오면

맛있는 음식이 무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그리움을 자극하는 건

그래도 콤비니 오니기리가 아닌가 싶다.

샤케와 멘타이코 오니기리를 먹으며

잠시 예전의 일상을 떠올리는 것도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돌아오는 날은 


돌아오는 날의 교토 하늘이 참 예뻤다.

일정이 길어도 짧아도 돌아올 때는

언제나 아쉬움이 가득한 것 같다.

저녁 비행기가 주는

반나절의 선물 같은 시간을

나는 타카시마야에서 보내기로 했다.

먼저 카페 베르디에서 원두를 샀고

소소한 오미야게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은 츠타야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원래라면 여행의 시작이 서점이지만

이번엔 그 순서를 바꿨다.

타카시마야의 츠타야도

오픈 시간은 여유로워

혼자서 서적을 뒤적이기엔 더없이 좋다.

나를 위한 선물로

한동안 교토의 그리움을 채워줄 책을

몇 권 데려왔다.

요건

순전히 표지가 맘에 들어 데려온 아이.

(카모메가 너무 귀엽잖아)

한동안 거실 한 편에 올려두고

오고 가며 뒤적뒤적

교토를 계속 만끽할 것 같다.




그릇과 수국 


이제서야 여행 짐을 풀고

하쿠에서 데려온 아이들을

하나씩 꺼내본다.

새로 나온 파스타 접시에

가지고 있던 물고기 접시를 올리고

그 위에 새로 온 더 작은 물고기 접시,

그리고 그 위에 젓가락 받침을 올렸더니

하쿠의 느낌이 물씬 풍겨 나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하쿠의 작가님은

유약 전문학교를 나온 걸로 아는데

이 번 파스타 그릇도 색 배임이

없도록 유약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색 배임이 없다고 해도

경험상 한국 요리의 경우는

예외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하쿠의 작가님과 도키노하 작가님과

같은 학교를 나온 걸로 들은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두 작가의 작품은

색상 차이는 있지만

유약 느낌과 질감은 동질감이 있어

의외로 두 작가의 그릇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새로 데려온 파스타 접시에는

샐러드를 올려 가벼운 아침 식사를.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곡선이

단아함을 더해주는 것 같아

파스타를 올렸을 때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다음은 살짝 자랑하고픈 젓가락 받침.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진주 알갱이가 반짝반짝.

예전부터 예뻐서 데려오고 싶었지만

사용하기 불편하지 않을까 고민되어

이제서야 데려온 아이다.

컵도 있고 접시도 있고 종류가 꽤 많은데

일단 젓가락 받침으로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식기세척기 사용만 하지 않으면 괜찮다니

며칠 사용하며 유심히 관찰해 보기로.

예쁜 건 확실하니 실용성만 더해주면

뭐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거니까.


그릇과 아무런 상관은 없지만

예쁜 걸로 치면 그 이상이었던

교토의 아지사이.

수국이라는 말도 물론 예쁘지만

역시 아지사이는 아지사이가 예쁘다.

어쩜 나는 꽃보다 이름을 더 좋아하는지도.

내가 갔을 땐 아직 활짝 피지 않았던

산젠인의 아지사이들도

지금쯤이면 정원을 가득 덮었을 것 같다.

빗방울이 송송 맺힌 아지사이도 분명 있었는데...

밤 길에 만난 신비로운 보랏빛 아지사이,

교토에 마음을 두고 몸만 온 건지

고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도

여전히 교토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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